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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파업+과징금’ 위기에…“文정부 공든 탑 무너질라”

중앙일보

입력

HMM 해원연합노동조합이 집단 사직을 예고한 25일 서울 종로구 HMM 본사 로비에서 노조원이 천막 설치 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HMM 해원연합노동조합이 집단 사직을 예고한 25일 서울 종로구 HMM 본사 로비에서 노조원이 천막 설치 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해운선사 HMM의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정부도 조급해지고 있다. 최근 최고 실적을 달성한 HMM이 멈춰서면 당장의 수출 호조는 물론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해운재건 계획까지 물거품이 될 거란 우려에서다. 여기에 HMM이 해상 운임 담합 사건에도 휘말리면서 정부가 물밑 조율에 나섰다.

28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HMM 사측과 노동조합 간의 협상 진행 상황을 시시각각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사 간 협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노사 양측과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 간접적으로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앞서 HMM 노조는 지난 8년 동안 임금이 동결된 점, 경쟁사에 비해 낮은 처우 등을 고려해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생산성 장려금 200% 지급을 고수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선원으로 구성된 해원연합노조는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했으나, 사무직 직원으로 구성된 육상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하기로 한 30일 이후로 계획을 일단 미뤘다.

회사측은 노조가 3주간 파업에 돌입하면 약 6800억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HMM 노사가 다음 달 1일 재협상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냉각기’ 동안 최대한 타협점을 찾길 기대하고 있다. 물류를 나를 배가 모자라 임시선박까지 끌어다 쓰며 세운 수출 실적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다는 게 가장 큰 우려다.

해수부 관계자는 “파업은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조율 중이지만, 노사 간 이견이 커 잘 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앞서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참석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물류 대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노사의 자율적인 협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출입 물류 관련 부처와 노사 양측, 채권단과 협의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과징금 위기에도 전면 나서기는 ‘곤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부산 신항에서 열린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식 및 HMM 1만6000TEU급 한울호 출항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부산 신항에서 열린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식 및 HMM 1만6000TEU급 한울호 출항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HMM은 현재 해상 운임 담합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HMM 등 23개 해운사가 화주(貨主)에 청구하는 운임을 일제히 올려 담합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이들 선사에 최대 8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업계는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공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들의 행위가 해운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운업계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초대형 제재에 대해서도 해수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행과 최근 해운 업황을 참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의 제재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가는 자칫 부처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 해운재건 계획의 힘을 받은 HMM이 있어 최근의 물류 수요도 소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법원의 재판에 해당)에 해수부도 들어가 업계와 정부의 노력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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