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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팔촌 땅도 뇌관" 윤희숙 '대선 돌멩이' 누군가는 맞는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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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욱 정치팀장의 픽: 윤희숙의 의원직 사퇴

지난 25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사퇴 선언은 충격이었다. 사퇴 회견 전날(24일) 밤 후배들에게서 "의원직 사퇴 의사가 지도부에 전달했고, 당 지도부는 만류 중"이란 보고를 받고 "설마"했다. 하지만 그 '설마'가 다음날 현실이 됐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하고 "이 시간부로 대선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의원직 사퇴하고 "이 시간부로 대선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의원직 사퇴 선언 직후 주변의 평가는 양 쪽으로 갈렸다. "저렇게 책임있는 정치인을 본 적 없다. 정치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했지만 "성급하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높이 평가한다.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고개를 쳐들고 떵떵거리는 정치인을 숱하게 접해 왔기 때문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윤 의원에 대해선 ‘결단하는 정치인, 통이 큰 정치인, 꿈이 참 큰 정치인’이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없진 않다. 그는 첫 회견 이틀 뒤인 27일 또 다시 기자회견을 해야했는데, 그 원인을 스스로 제공한 측면이 있다.

첫 회견에서 부친 소유 토지에 대해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는 소망으로 취득했다" "친정아버지를 엮은 무리수" "우스꽝스러운 (권익위)끼워맞추기 조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견 이후 '100% 농사짓기 목적은 아니었다'는 정황이 등장했다. 윤 의원의 입장도 두번째 회견에선 "투기 의혹으로 비쳐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변명하지 않는다"로 달라져야 했다.

보다 치밀하게 준비한 뒤 "의원직 사퇴"를 외쳤다면 그가 감당해야할 역풍이 이렇게 크진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여당으로부터 '부동산 내로남불'이란 공격도 받지 않았을지 모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윤희숙 논란이 대선전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아 보인다.
 먼저 국민들은 도덕성에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왜 사퇴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의원은 "여당 대선 후보를 보시면 쌍욕에 음주운전, 사이코 먹방까지, 그런 걸 용인하는 건 국민들이 (대선후보의 수준을) 포기한 것이다. 우리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국민들은 이제부터 여야 주자들의 도덕성을 평가할 때 '윤희숙'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떠올릴 것이다. "너도 그만 둬"란 말이 툭하면 나올 수 있다.

대선판에 부동산 광풍이 몰아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안그래도 최악인 국민들의 부동산 감정에 윤희숙 논란이 기름을 부은 격이다.

특히 그동안 부동산 때문에 일방적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이 '전세역전의 기회'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윤 의원 부친 케이스를 '역(逆)내로남불'의 대표 사례로 찍어 분풀이에 나설 게 분명하다.

 부동산 쟁점화를 벼르는 건 여당 뿐이 아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이미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대권 후보와 그 가족이 부동산 검증을 받자”고 치고 나왔다. 그의 총구가 누구를 겨냥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부동산 연좌제' 앞에 여야 대선 주자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대선 주자와 그 가족은 물론, 그 사돈의 팔촌이 소유한 땅 조각 하나하나도 뇌관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사돈과 팔촌이 소유한 땅을 살펴야 할 판이다.

안그래도 "비전과 시대정신은 없이 네거티브만 요란하다"고 비판받는 대선인데, 그런점에서 '윤희숙 논란'은 또 다른 악재 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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