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설정 바꿨더니…일회용 수저 주문 5000만 개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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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의 일회용품 덜 쓰기 홍보용 포스터. 사진 배달의민족

배달앱의 일회용품 덜 쓰기 홍보용 포스터. 사진 배달의민족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지난 6월 배달 앱 3사가 새롭게 기본 옵션으로 적용한 항목이다. 그 후 한 달 만에 일회용 수저 주문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앱 주문 10건 중 7건(70.2%)이 일회용 수저 없이 배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 생태계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환경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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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올 6월 1일부터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옵션이 적용되면서 관련 주문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6월 한 달간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가 접수한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주문 건수를 6574만 건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6월(1498만 건)과 비교하면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사실상 1년 전보다 일회용 수저를 5000만개 가량 덜 쓴 셈이다. 녹색연합은 각 배달 앱 매출을 최소 주문금액(2만원)으로 나눠 전체 주문 수를 구하고, 배달 앱 3사로부터 받은 '일회용 수저 안 받기' 주문 비율을 적용해 계산했다.

녹색연합, 배달 앱 3사 일회용 수저 주문 분석 #'안 받기' 1년 새 1498만→6574만 건 급증

배달의민족은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겠다고 표시한 주문이 지난해 6월 15.8%였지만, 올해 6월엔 71.3%로 늘었다. 요기요도 같은 기간 13%에서 62%로, 쿠팡이츠도 21%에서 76%로 크게 늘었다. 7월에도 이러한 추이가 비슷하게 이어졌다.

기본값 동시에 바꿔…업계 자발적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배달 주문에서 큰 변화가 나타난 건 배달 앱 3사가 손을 잡고 '일회용 수저 안 받기'를 기본값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이 모여 협의했고,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6월 동시에 시행했다.

업계의 일회용 수저 관련 조치는 정부 규제에 앞선 선제적 대응이란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는 올해 안에 포장·배달 음식 일회용 식기 무상 제공을 금지하는 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앞서 2019년 환경부는 "2021년부터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 제공을 금지한다. 일회용 식기가 필요하면 유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배달 앱 3사는 간담회를 열고 자발적인 일회용 수저 감축 노력에 합의했다.

쿠팡이츠에서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 선택 화면. 쿠팡이츠 앱 캡처

쿠팡이츠에서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 선택 화면. 쿠팡이츠 앱 캡처

"시민들은 준비, 기업만 움직이면 돼"

음식 배달로 발생하는 쓰레기 개수는 하루 830만 개 수준이다. 녹색연합은 "배달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영향력이 큰 배달 앱 회사가 반드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단지 배달 앱이 문장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일회용 수저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시민들은 준비돼 있으니 기업이 움직이면 된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현재 배달 앱 차원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배달 어택' 서명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배달 앱이 한 번 배달한 용기를 세척해 다시 쓰는 가맹점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이들의 수수료도 낮추자는 주장이다. 녹색연합 측은 조만간 서명 운동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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