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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뷰티산업도 '변이'…패션업계, 잇단 화장품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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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1층에 화장품이 즐비한 모습. [사진 롯데백화점]

백화점 1층에 화장품이 즐비한 모습. [사진 롯데백화점]

오에라, 연작, 라이크와이즈, 아떼…. 

최근 새롭게 출시된 화장품 브랜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화장품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장은 침체돼 있지만 신제품 출시 소식이 잇따르고 있기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신제품을 내놓은 업체가 의류 중심의 패션전문업체라는 점이다. 옷을 만들던 업체들이 경쟁하듯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는 뭘까.

국내 화장품 업계의 양대산맥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다. ‘K-뷰티’ 바람을 타고 이들 업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2019년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5조5801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매출도 7조685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겨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외출이 줄어 색조화장품 등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탓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4조4322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20% 급락했다.

선두주자가 위기를 맞아 기회를 노리는 후발주자가 등장했다. 색조화장품 구매는 줄었지만, 색조화장품 대신 스킨케어에 더 투자하는 수요는 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케어에도 더 관심을 갖게 됐다. 후발주자인 패션업체들이 저마다 친환경이나 아예 럭셔리를 콘셉트로 내세우는 이유다. 이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저가 브랜드로 중국 등에서 K-뷰티 바람을 일으킨 것과도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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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의 오에라는 평균 가격이 50만~70만원이다. 가장 비싼 크림은 120만원 선이다. 20여 종을 내놓는데 모두 스킨케어 제품이란 게 특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연작도 평균 가격이 20만~50만원이다. 역시 스킨케어 중심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라이크와이즈는 보습력을 내세운 친환경 화장품이 콘셉트다. LF의 아떼는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은 채식주의(비건) 화장품이다. 주요 제품 가격이 20만~30만원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색조는 침체했지만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이 화장품까지 번졌고 이 틈새를 노리면 후발주자가 앞서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럭셔리·친환경 콘셉트로 틈새 노려 

패션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 패턴을 좇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 줄어든 40조8000억원으로, 2년 연속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5년 새 시장 규모도 5.83% 쪼그라들었다. 주요 패션업체들도 온라인 사업 강화 등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화장품 수요가 패션 소비층과 비슷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화장품은 패션 제품보다 가격이 싸다. 이 때문에 브랜드 엔트리(입문용) 제품으로 활용된다. 고가 브랜드 주력 제품은 덥석 구매하기 부담스럽지만, 같은 브랜드의 화장품은 큰 부담 없이 구매하는 식이다.

패션업체인 한섬이 만든 럭셔리 화장품인 '오에라'. [사진 한섬]

패션업체인 한섬이 만든 럭셔리 화장품인 '오에라'. [사진 한섬]

국내 화장품 수탁제조(OEM) 산업이 발달한 것도 화장품 시장 진출의 문턱을 낮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화장품 OEM(ODM) 시장 규모는 1조 원대로, 200여 개 업체가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가 양대 산맥이다. 국내 화장품 OEM 업체는 화장품 기획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을 맡아 진행할 수 있다.

새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자체 연구소나 생산 공장, 시설 등을 갖추려면 큰 투자금이 필요하지만 이들 업체는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선 브랜드와 마케팅만 잘하면 된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얘기"라며 “결국 ‘화장품 큰손’인 중국시장에 얼마나 먹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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