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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해군 이어 육군…교제 거부한 여부사관 ‘보복 성추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공군·해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본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4일 피해자 측과 육군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임관한 육군 A하사는 부대 배속 직후 직속 상관인 B중사로부터 사귀자는 제의를 받고 거절한 뒤 지속적인 스토킹과 성추행을 당했다. A하사는 같은 해 8월 다른 선임의 도움을 받아 부대에 신고했다. B중사는 한 달 뒤 징계 해임 처분을 받고 전역했다.

피해자 측은 이 과정에서 소속 부대와 사단 법무실이 부적절하게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A하사의 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사건 조사 과정에서 신고를 막으려는 회유 및 합의 종용이 있었고 적절한 분리 조치 또한 되지 않았다”며 “그 뒤 다양한 2차 가해가 있었고, 결국 부대 전출을 택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강했던 동생은 스트레스로 인한 잦은 기절·구토·하혈·탈모·불면·공황을 가진 채 1년이 넘도록 고통 속에 있었으며 수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끝에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전했다.

A하사 언니는 2차 가해자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인물과의 교제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간부, 자는 동생을 몰래 촬영한 뒤 단체 메시지방에 유포한 간부, 전입 초 강압적 술자리를 만들어 폭언 및 폭행을 가한 간부, 이 간부와 합의를 종용한 사단 법무부까지 주위가 온통 가해자였다”고 말했다.

부대 측에서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이 아닌 일반 징계 건으로 분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하사는 부대 전출을 결정했지만, 그 뒤에도 ‘문제 간부’ ‘성 문란 간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새 부대에서도 적응이 어려웠다고 한다.

육군 측은 “지난해 사건 접수 뒤 피해자의 형사 고소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징계 절차부터 신속하게 진행했다”며 “그 뒤 고소장이 접수돼 민간 검찰로 이송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리 조치는 신고 접수 다음 날 바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시 사건을 담당한 군 수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육군 중앙수사단에서 처리 과정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군에서 이런 성범죄나 군인 사망 사건, 입대 전 발생 사건(비군사범죄 한정)이 발생하면 1심부터 군 검찰이나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수사와 재판을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법사위는 24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이날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사망 사건 등 이외에 폭행 등 비군사범죄 사건이나 군사반란·군사기밀 유출 등 군사범죄 사건에서도 군사법원은 1심만 담당하고 항소심부터는 민간 고등법원이 재판을 담당한다. 즉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되는 것이다. 현행법에선 군 관련 사건은 1심과 항소심을 군사법원이 맡고, 최종심만 대법원이 맡았다.수정안에는 사실상 일선 부대 지휘관의 형 감경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던 ‘관할관 확인조치권 제도’와 법조인이 아닌 일반 장교가 재판관을 맡는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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