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성중단 1조8000억 손실" 산업부 보고, 靑은 3차례 묵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월 19일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8월 19일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산업통상자원부가 청와대에 3차례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면 약 1조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조기 폐쇄 추진에 반대 입장으로 보고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나타났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는 지난 6월 30일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불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산업부 국정과제 수립 경과’를 포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월성 1호기 즉시폐쇄 등 탈원전 정책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며 2017년 5월 10일 취임했다. 그러자 산업부는 그해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고했다고 공소장에 쓰여 있다.

2차례 “신중한 검토 필요…즉시 폐쇄엔 국회 특별법 제정해야” 보고

앞서 2차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산업부 업무보고 형태로 올라갔다고 한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 2017년 5월 16일 설립 후 같은 해 7월 15일까지 활동한 대통령 직속 기구다.

이때 산업부는 “월성 1호기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적법 절차를 거쳐 계속 운전 운영허가를 받아 가동 중이므로 이를 폐쇄하는 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즉시 폐쇄를 위해서는 즉시 폐쇄와 보상 등을 명시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폐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시 약 1조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한전의 대체전력비용이 약 6500억원 증가한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판단을 첨부했다는 것이다. 입법을 통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독일 사례 등도 언급됐다고 한다.

김수현에겐 “사회적 합의 과정 필요” 보고 

이와 별도로 산업부는 2017년 5월 30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에게 “월성 1호기 등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인프라를 배제하는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원 간의 비중조정, 부담 요인 증가 등 큰 영향을 수반하므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의견수렴 과정과 독일 등 해외선례, 소급 처분 성격 등을 고려하여 입법을 통한 법적 근거와 보상 방안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그러나 이런 산업부의 반대 의견을 국정기획자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별법 제정을 통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방안의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게 이유였다. 거꾸로 산업부에 “대통령 공약을 과감하게 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탈원전 기본방침을 선언하면서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며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건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발표했다.

2018년 6월 15일 월성1호기. 연합뉴스

2018년 6월 15일 월성1호기. 연합뉴스

장하성은 “빨리 탈원전계획 만들라” 지시, 산업부 반대 눌러

그해 7월 6일쯤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산업부에 “탈원전 정책은 60년 이상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력수급이나 전기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조속히 수립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결국 산업부의 반대 의견을 꺾었다고 검찰은 봤다.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7월 19일 신규 원전 백지화, 원전 설계 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산업부 국정 과제로 확정했다. 세부 내용으로 “탈원전 로드맵 및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을 통해 월성1호기를 가급적 조기에 폐쇄한다”는 것을 포함했다. 이런 상황을 토대로 2018년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편 백 전 장관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반대했던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에 대한 교체 검토를 산업부에 지시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들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행동 방침이 담긴 산업부 내부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전 사장은 임기를 2년 가까이 앞둔 2018년 1월 스스로 사퇴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