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탈레반 세력의 반격, 아프간 북부 3곳 탈환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00:02

업데이트 2021.08.23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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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에서 고난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여성이 카불공항 담을 넘으려 하자 미군이 도와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고난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여성이 카불공항 담을 넘으려 하자 미군이 도와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SJ “정부군, 지역 민병대와 연합”
외신 “공항 인근서 1주간 20명 사망
탈출인파 휩쓸린 두살배기도 숨져”
미국, IS 테러 우려에 이동 금지령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일주일째 공포와 혼돈에 빠진 가운데 북부 일부 지역에서 정부군이 지역 민병대와 함께 탈레반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탈레반에 맞서는 저항세력이 조직돼 투쟁에 나선 것은 카불이 점령된 지난 15일 이후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20일 북부 바글란주에서 정부군이 지역 민병대와 함께 탈레반을 공격해 전투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WSJ는 저항군이 탈레반으로부터 바글란주의 15개 구 가운데 3개 구를 탈환했다고 전했다.

미 해병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해병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글란주 동쪽의 판지시르주에선 전통적으로 탈레반에 맞서온 민족저항전선(북부동맹)이 병력을 모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지역 출신인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이 중심이 돼 정부군 장교를 포함해 7000여 명이 집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지시르는 바글란과 함께 아프간의 34개 주 가운데 현재 탈레반이 장악하지 못한 주로 통한다. 지역주민은 아프간에서 파슈툰족(42%)에 이어 둘째로 인구가 많은 타지크족(17%)이 주축을 이룬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은 탈출 인파로 혼잡이 계속되면서 두 살배기 유아가 군중에 깔려 압사했다고 NYT가 21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기업에서 일했던 한 여성 통역사는 당시 남편과 몸이 불편한 부모, 두 살배기 딸 등과 함께 공항에 진입하려는 군중 속에 섞여 있었다. 통역사가 인파에 떠밀려 넘어지자 사람들은 그의 머리를 발로 차며 그대로 지나갔다고 한다. 그 뒤 서둘러 아이를 찾았지만 딸은 이미 숨진 뒤였다. 그는 NYT와의 통화에서 “완전한 공포를 느꼈다”며 “나는 아이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오열했다.

카불 공항 인근에는 22일에도 수천 명이 몰려 혼잡이 계속됐다. 공항 밖에서 탈레반 무장대원들이 통제 명목으로 이들에게 최루탄이나 실탄을 쏘면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나토군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7일 동안 사망한 사람이 최소 20명이라고 전했다. 공항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아이를 철조망 위로 던지거나 공항 벽을 기어올랐다. 나흘째 공항 밖에서 대기 중이라는 한 여성은 가디언에 “가족 4명이 미국 비자를 받아 공항 내 캠프 설리번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옥에 갇혔다”고 말했다.

탈출 임신부가 기내에서 출산한 뒤 독일 람슈타인 기지에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탈출 임신부가 기내에서 출산한 뒤 독일 람슈타인 기지에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혼란을 틈타 중동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테러 활동을 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21일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당국이 개별적으로 알린 게 아니라면 공항으로 이동하지 말고, 공항 출입구도 피할 것을 미국 시민들에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잠재적 보안 위협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AP통신은 미 고위 관리를 인용해 “IS가 아프간 내의 미국인을 공격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항 주변과 활주로에 모인 사람들에게 차량폭탄이나 자살폭탄으로 테러를 벌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CNN은 “박격포 공격도 여러 가능성 중 하나”라며 “국방부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공항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 당국은 미국인들이 공항에 들어올 수 있는 대체 경로를 마련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 합동참모본부 소속 행크 테일러 소장은 “탈레반 점령 뒤 일주일간 카불에서 미국인 2500명을 포함해 1만7000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CNN은 현지인과 외국인 등을 포함해 2만6500명 이상이 카불을 탈출했다고 전했다. 카불 시내에서 탈레반 대원들을 인터뷰했던 CNN의 클라리사 워드 기자도 미군의 C-17 수송기 편으로 카타르 도하로 빠져나갔다.

탈레반 관계자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출국하는 사람들을 막지 않는다”며 “여행할 수 있는 법적 서류도 없으면서 공항 밖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탈레반 대원들이 공항 밖에서 외국 여행허가서나 여권을 찢으며 진입을 막고 있다고 폭로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의 관리나 서방과 함께 일한 아프간인, 언론인을 찾아내기 위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다니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은 끝났다. 전 국민을 사면한다”고 말했지만, 현실을 이와 반대다.

유엔의 위협평가자문단은 보고서에서 탈레반이 미국 및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협력한 사람들의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민은 로이터통신에 “아무도 탈레반의 말을 믿지 않는다”며 “그들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탈레반이 집 근처에 나타나면 온 가족들이 화장실로 달려가 숨는다”고 털어놨다.

카불 시내는 탈레반 대원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가운데 보복 처형이나 폭력 행위를 겁낸 시민들이 집 안에만 머물면서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집에서 은신 중인 한 아프간 경찰관은 NYT에 “카불은 공포의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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