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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 사람보다 손 많이 가는 AI?…대체 'AI다운 게'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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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왜 이래? 

일상적이고 친근한 대화가 가능한 AI 챗봇 이루다. 차별·혐오 학습과 사용자 개인정보 노출로 논란이 돼 서비스가 종료됐다. 사진 스캐터랩

일상적이고 친근한 대화가 가능한 AI 챗봇 이루다. 차별·혐오 학습과 사용자 개인정보 노출로 논란이 돼 서비스가 종료됐다. 사진 스캐터랩

인공지능(AI) 기술을 조직에 도입하라는 말은 수 없이 듣는다. 시장 분석을 위해 블로그 댓글을 긁어 모아 빈도가 높은 순서대로 배열해 본다. 감정 분석 사전도 동원해 긍정/부정 시그널도 읽어 본다. 불량 오이를 골라내는 기술이나 자동으로 예약을 잡아주는 음성 비서 서비스는 정확히 AI 기술인 것 같은데, 우리 업체에서 하는 분석은 어쩐지 사람 손이 더 많이 가는 것 같고 인공지능답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무엇이 ‘AI다운’ 것일까?

유재연의 인사이드 트랜D

일반인이 AI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근래 들어 특히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다. 알파고(AlphaGo)가 바둑을 제패하던 시절 사람들이 느낀 테크노포비아를 다룬 논문(오창훈 외, 2017)부터 인공지능의 역할을 사회적 AI와 기능적 AI로 각기 다르게 인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다룬 논문(김지현 외, 2021)에 이르기까지, AI 기술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감정 분석과 심리적 거리감이라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틀에서 그려지는 것 같다. 도입비용 자체가 높기 때문에, 철저히 효용성 측면에서 AI를 판단한다. 특히 많은 경우 추천 서비스를 위해 주로 AI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파일럿 스터디 결과가 막상 인간의 감보다 떨어지는 것 같고, 이어 영 미심쩍은 느낌을 경험하고 나면 ‘이래도 AI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AI 기술, 축제는 끝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히 보수적 성향의 투자업계에서는 AI 기술 자체보다, 해당 서비스가 어떻게 매출로 이어지는 지에 관심이 많다. 한 VC 관계자는 “지난 2년 새 AI는 모든 산업계에서 당연히 필요한 요소가 됐다”며 “그 전에는 기술 솔루션 자체에 환호하는 경향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모델을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기술을 서비스의 특징에 잘 녹여내서 매출을 올리는 것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지표인 것이다.
 원천 기술에 해당하는 딥러닝 솔루션 자체를 세일즈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소위 ‘AI 밸류’를 얻기 위해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회사소개사(IR) 뒷장을 보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모아 AI 자동화를 하겠다는 장표가 꼭 나온다”는 것이다. 이 때 VC 입장에서는 알고리즘 개발을 실제로 할 수 있는 인력이 팀 단위로 구축돼 있는지를 눈여겨 본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결국 기업의 서비스 기반에 어떤 기술이 있는지를 투자자와 고객이 뜯어볼 수는 없다. 하지만 설령 오픈소스를 썼다고 할지라도, 이미 AI 기술은 조직의 서비스에, 그리고 조직 내부 운영 솔루션에 많은 부분 스며 있다. 한 켠에서는 여전히 기술에 대한 환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말 돈이 되느냐는 점에 대해선 기술이 꽤 냉정하게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모델 중심’이 아닌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라

중국에서 가장 큰 AI 행사인 '월드 인텔리전스 콩그레스' 현장. 신화통신 = 연합뉴스

중국에서 가장 큰 AI 행사인 '월드 인텔리전스 콩그레스' 현장. 신화통신 = 연합뉴스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세계적인 AI 석학 앤드류 응(Andrew Ng)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AI 기술이 업계에 도입되기 힘든 이유를 기고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모든 기업이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충분한 양의 학습용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해당 업계에 맞춤형으로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것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개념증명(PoC)부터 실제 생산에 이어지기까지의 간극도 만만치 않아서, 실질적으로 AI 도입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앤드류 응은 직접 내부에서 데이터를 판단하고, 그에 맞게 데이터를 정제하고, 여기에 맞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중심 접근방식(data-centric)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좋은 알고리즘 모델(model-centric)을 우선 생각하는 업계의 관행과 차이를 보이는 주장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는 머신러닝 오퍼레이션 자동화(MLOps Framework) 방법이 스몰데이터를 비롯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AI다운 조직’이 먼저  

우리 상품과 조직 시스템이 ‘AI답다’는 것은 실제 시장의 니즈를 바탕으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느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꼭 빵빵한 그래픽카드 수십 대가 동원되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잘 가다듬고, 이를 가장 적합한 기계학습 모델에 골라 넣어, 꼭 성능이 현 수준(SOTA) 최상단에 닿지 않더라도, 사용자(end-user)에게 만족스러울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데이터를 선별해서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분석을 할 것인지, 해당 데이터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은 어느정도인지, 이를 조직 운용 체계에 얼마나 잘 녹여낼 수 있는지가 AI에 최적화된 조직인 것이다. 내 서비스가 ‘AI 다운지’를 보기에 앞서, 조직 내 구성원들에게 ‘AI적 사고’가 얼마나 녹아들어 있는지를 들여다볼 때다. 생산성을 도모하는 AI를 도입하는 법은 조직 내부에 있다.

 중앙일보와 JTBC 기자로 일했고,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미지 빅데이터분석, 로봇저널리즘, 감성 컴퓨팅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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