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12년 의회 지배 막 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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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일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의 공화당 유세장에 나타나자 지지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5일 메릴랜드주 어퍼 말버러에 도착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민주당 지지지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스프링필드.어퍼 말버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12년에 걸친 공화당의 의회 지배가 막을 내릴 것인가. 상원의원 3분의 1(33명)과 하원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가운데 36명을 새로 뽑는 미 중간선거가 7일(현지시간) 실시된다. 막판 판세는 여전히 민주당의 강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세전에 뛰어들었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부시 대통령은 피곤해질 게 틀림없다. 이라크.북한.이민.세금 등 각종 정책 현안에 대한 민주당의 압박이 더욱 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공세는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누수현상)을 촉진할 수도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08년 실시될 미국 대선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민주, 상.하원 모두 장악하나=하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절반인 218석 이상을 차지할 걸로 예상된다. 뉴욕 타임스는 "214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도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민주당의 하원 장악은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미 국제전략화해정책연구소(ISR)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현재(201석)보다 22석 늘어난 223석을 얻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화당은 현재의 230석에서 18석이 줄어든 212석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는 하원은 물론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상원의 경우 공화당 의원 40명, 민주당 의원 27명이 다음 선거까지 임기가 계속돼 이번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공화당은 이번에 33개 선거구 중 3분의 1인 11곳에서 이기면 다수당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당선 안정권에 든 공화당 후보들의 숫자는 그에 못 미친다.

ISR은 민주당이 상원 의석을 현재의 44석에서 51석으로 늘려 다수당이 될 걸로 예측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될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만일 양당의 의석이 50 대 50이 되면 다수당의 지위는 공화당이 유지하게 된다. 헌법에 따라 상원 의장을 겸직하는 딕 체니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의 경우 박빙 지역인 버지니아.미주리.테네시.몬태나의 선거 결과에 양당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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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사 선거 판세=주지사 중 공화당 소속 22명, 민주당 14명 등 36명이 이번 선거의 대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욕.매사추세츠.오하이오 등 5개 주에서 공화당 소속 현직 주지사가 민주당 후보에게 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콘신 등 4개 주에서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후세인 사형 선고 영향은=미 NBC 방송은 5일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에게 "후세인에 대한 사형 선고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느냐"고 물었다. 스노 대변인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기쁜 일"이라고 했다. 이날 네브래스카 등에서 지원유세를 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민주주의의 주요한 성과"라는 성명을 냈다. 공화당에선 이번 판결이 이라크전 때문에 고민해 온 일부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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