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키높이 구두, 키높이 양말 '쌍춘년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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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는 쌍춘년. 음력으로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는 해란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백년해로할 수 있다는 소문에 결혼식장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 이미 결혼을 했거나 올해 결혼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면 책상 위에 쌓여가는 청첩장이 부담스럽기 이를 데 없다. 쌍춘년의 위력에 관한 사실 여부를 놓고선 논란이 분분하지만 쌍춘년 덕택에 웨딩 산업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것은 사실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결혼하면 생각나는 패션 아이템은? 순백의 웨딩 드레스, 멋진 턱시도 정도. 하객을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이 신랑.신부의 발로 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여성의 키가 크지 않다면 신발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아니 굳이 키가 작지 않더라도 우아하게 떨어지는 웨딩 드레스의 라인을 위해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는 하이힐을 신을 것이다. 웨딩 드레스 속에 폭 파묻혀 작은 키를 커버해주기 때문이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금강제화에 따르면 올해 남성 키높이 구두의 매출이 엄청나다고 한다. 지난여름 잠깐 주춤했던 매출이 가을에 들어서면서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남성의 하이힐'이라 불리는 키높이 구두의 구매자는 대부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들이라나. 남성이 키높이 구두를 신으면 기본 6cm 정도 키가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연예인들도 많이들 신는다는데 누가 주문을 했는지는 절대 비밀이란다.

패션계에선 역시 키가 커야 옷 태가 난다고들 떠들어대고 연예인들도 훤칠한 키가 주목받기 위한 필수요소처럼 여겨지고 있다. 키높이 구두 말고도 요새 인터넷 쇼핑몰에선 '키높이 양말(사진)'이 인기다. 키높이 양말이라고? 양말 바닥이 두꺼운 건가? 그렇다면 땀이 많이 찰 텐데. 알고 보니 키높이 양말은 바닥이 두꺼운 것이 아니라 양말 안에 넣어서 신을 수 있는 패드를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다른 사람들 모르게 커보이려 별짓을 다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모 이동통신회사 광고도 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잘 반영한다. 영상 통화를 즐기고 있는 남녀가 서로 대화를 하다 만남을 약속한다. 그 다음 장면에서 남성의 키는 여성보다 머리 하나는 작아 보인다. 이제 남성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혀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여성. 그 모습을 보는 남성들은 여성보다 키가 커야 한다는 부담감을 은연중 받지 않을까. 어린이나 청소년를 위해 시중에서 키 크는 영양제가 잘 팔리는 것만 봐도 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준은 까다롭기만 하다.

금강제화 관계자에 따르면 남성용 키높이 구두 소비자의 저변도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결혼 시즌은 물론이고 취업과 면접이 몰리는 시즌에도 많이들 찾는단다. 결국 키가 작아서가 아니라 멋진 이미지 연출을 위해서라는 말인데, 이러다가 남성 구두의 기본 굽 자체가 높아지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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