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XP, 섭섭해 어쩌니 2007년에 동생(비스타) 본다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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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PC 제조업체들이 손을 잡고 '비스타 마케팅'에 열심이다. 지금 PC를 사면 내년 1월 발매되는 차세대 운영체제(OS)인 윈도 비스타로 업그레이드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윈도 비스타는 3차원그래픽 등 한 단계 높은 여러 기능을 담고 있어 메모리 용량 등이 커져야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래서 일반 사용자들은 당장 비스타를 원활하게 돌릴 수 있는 고급 제품을 고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작업창이 3차원 그래픽으로 처리된 윈도 비스타 바탕화면 모습.

◆ 비스타 업그레이드 판촉행사= 한국MS는 내년 3월 15일까지 '비스타 사용가능(Window Vista Capable)'이라는 로고가 붙은 PC를 구입하면 비스타 구입시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삼성전자.LG전자.TG삼보컴퓨터.주연테크.대우루컴즈.에이텍.한국HP 등 주요 생산업체들이 모두 이 판촉행사에 참여한다. 비스타를 따로 사는 가격은 2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할인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미국에서는 윈도XP 미디어센터 버전이나 프로페셔널 버전의 경우 비스타 홈프리미엄.비즈니스 버전으로 각각 무료로 업그레이드해 주고, 윈도XP 홈 버전을 사용할 경우에는 비스타로 바꿀때 50% 싸게 살 수 있는 쿠폰을 준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해 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매직스테이션 DM-V60/D340 등 18개 모델, 노트북 센스 NT-M55/W203 등 21개 모델을 사면 비스타를 무료로 보내준다. 해당 모델을 구입하면 반드시 홈페이지(www.zaigen.co.kr)에 등록해야 한다. LG전자도 최근 출시된 초소형 노트북 A1.C1 시리즈를 비롯해 S1.P1.LW25 등 주력 노트북을 구입한 고객이 홈페이지(www.lgepc.co.kr)에 등록하면 무료로 바꿔준다. TG삼보 역시 신형 데스크톱 '슈퍼슬림 리틀루온' 등 일부 모델에 대해 무상 교환을 실시한다.

◆ 당장 필요할지는 의문= 윈도 비스타는 32비트인 XP와는 달리 64비트 OS다.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수가 두 배가 됐고 그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PC에 저장된 동영상 파일을 리모컨으로 불러내 TV에서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미디어 센터 등 편리한 기능도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3차원 화면으로 펼쳐지는 그래픽사용환경(GUI)이다. 3차원 아이콘에 작업창도 지금처럼 직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공책을 세워놓은 것같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박준석 한국MS 이사(윈도 비스타 총괄)는 "비스타는 오랫동안 PC 사용자들의 행동을 관찰해 가장 쉽게 쓸 수 있게 설계한 제품"이라며 "PC 자체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비디오 게임이나 영화를 보는 데도 편리하게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스타를 원활하게 돌리려면 높은 사양의 PC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윈도XP는 1기가헤르츠(㎓) CPU에 512메가바이트(MB) 램이면 원활하게 돌아갔지만 비스타는 3㎓, 2GB는 돼야 한다. 또 최소한 128MB 램을 갖춘 그래픽카드와 DVD롬이 필수다. 제대로 비스타를 사용하려면 모니터도 22인치 와이드급이 필요하다. 지금 팔리는 PC, 특히 노트북은 이 같은 사양을 갖추지 못한 제품이 많다. 일부에서는 비스타가 상당 기간 지나야 각종 버그(오작동)를 개선해 안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업계 한 관계자는 "2001년 발표한 윈도XP도 보안 문제 등을 보완한 후 2004년 내놓은 '서비스팩2(SP2)' 버전에 가서야 안정화됐다"며 "무조건 비스타를 고집하기보다는 보급형 PC로 1~2년 더 윈도XP를 사용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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