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물러나고 정통관료 등장/경제각료 일부 바뀌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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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집단항명 파동뒤 수해로 경질 예고 건설/농어촌후계자파동 UR등 “경직”탓 농수산
일부 경제각료의 경질에 대해 관계에서는 이미 「예측」됐던 일이라는 평. 그러나 개각의 시기가 정기국회 회기중에 이루어져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기획원에서는 강보성 전농림수산부장관이 물가 및 우루과이라운드(다자간무역협상)등 현안문제에 대해 장기비전도 없이 무조건 농민입장만을 강조해 경제정책에 대한 시각 조정이 어려웠다는 뒷이야기.
또 권영각 전건설부장관도 건설행정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욕은 좋았으나 인력ㆍ자재수급에 대한 고려없이 『무조건 집은 많이 지으면 좋다』는 식으로 밀어붙여 부처간에 마찰이 일었다.
한편 이승윤부총리는 기획ㆍ물가관련회의를 주재중 개각소식을 듣고 아무 논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관측통들은 강성 또는 독선적인 장관들이 물러나고 정통관료들이 입각함으로써 경제팀의 협의체가 좀더 원활히 운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오전 2시까지 국회건설위에서 수해문제와 관련,곤욕을 치른 권영각 전건설부장관은 이날 정상출근했으나 오전 9시 수해문제 협의를 위한 민자당 당무협의에는 김대영차관을 대신 참석토록 해 경질을 암시.
권장관의 경질은 일산둑 붕괴ㆍ댐수위조절시비등 이번 수해에서도 문제가 있었지만 지난달 20일 건설부 직제개편안과 관련된 직원들의 집단 항명파동이 더욱 크게 작용했으리란 분석.
후임 이상희장관은 지난 3월 경제장관 대폭 경질때 강력하게 거론됐던 인물로서 정통 내무관료인데다 토지개발공사 사장을 지내 이번 수해의 뒷마무리를 잘해내고 건설부도 잘 이해할 것이란 건설부직원들의 평. 주택공사 사장을 지낸 권전장관에 이어 신임 이장관은 토지개발공사사장에서 장관으로 영전해 건설부 산하 정부투자기관에서 잇따라 경사가 나 다행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다.
○…갑작스런 장관 경질소식이 전해지자 농림수산부 직원들은 몹시 의아해하는 표정.
농림수산부에 경질소식이 전해진 것은 강보성장관이 수해대책관련 민자당당무회의에 참석하러 떠난 직후인데 직원들은 강장관이 우루과이라운드ㆍ농어촌발전대책ㆍ수해피해대책등을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너무 경직된 입장을 보인 때문이 아니냐고 분석.
한편 새로 부임한 조경식장관은 한때 농림수산부 식산차관보를 지낸 적이 있어 직원들은 경험 많은 신임 장관이 산적해 있는 농정의 어려움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
○…재무부는 이번 인사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재무부차관출신의 이동호 산은총재가 충북지사로 옮겨간 데 대해 반가워하는 분위기.
정통재무관료출신이 도백으로 간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것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재무부내의 기대섞인 반응들.
재무부는 또 대체로 「재무부 몫」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산은총재자리에 누가 갈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차관급이 가는 자리에 정통 재무부출신으로는 마땅한 사람이 없어 재무부를 거친 L씨나 혹은 의외의 인물이 갈 가능성이 커 인사시기가 재무부입장에선 적절치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는 듯.
금융계에서는 이총재의 고향이 충북 영동인 점을 들어 『이총재 본인은 충북도지사 발령이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출신지를 고려한 것을 보면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발탁」인사가 아니겠느냐』는 반응.
○…빈사상태에 빠졌던 증시는 18일 투신사수익증권허용조치와 19일 개각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연이어 받고는 상당히 들뜬 분위기로 반전.
이날 객장에는 아침부터 평소보다 훨씬 많은 투자자들이 나와 앞으로의 증시전망을 점치는데 분주했는데,이제는 1년 반 가까이 계속된 침체국면을 벗고 상승국면으로 들어서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전망이 지배적.
한편 대형호재로 주가가 크게 오르자 최근 며칠새 투자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깡통계좌를 정리했던 증권사직원들은 이들로부터 또 한번 곤욕을 치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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