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건으로 구속 뒤 수사 일본선 '인질사법'이라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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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건으로 구속하거나 체포해 놓고 '본체'를 수사한다는 이른바 '별건(別件) 수사'에 반대한다. 그런 수사를 일본에서는 '인질사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에 대한 체포.구속 영장을 기각한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기자들을 만나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방해가 됐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영장을 재청구한다고 밝힌 직후다. 다음은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영장이 재청구됐는데.

"제가 안 한다."(※서울중앙지법에는 두 명의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있음. 재청구된 영장은 이상주 판사가 맡았음. 이 판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회원씨를 상대로 영장 실질심사 심문을 할 것인지는 4일 오후께 결정하겠다"고 말함.)

-미국의 두 명(쇼트 부회장과 톰슨 변호사)이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본인에 대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하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검찰은 미국에 있는 쇼트 부회장 등에게 이미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고, 8일 출석하라고 다시 통보한 상태임.)

-검찰에서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다는데.

"말이 안 된다. 역으로 미국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인도 청구에 응하겠나."(※한국과 미국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음.)

-검찰은 본체 수사를 위해서도 영장 발부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질사법'은 우리가 늘 반대하는 것이다. 외환은행 합병 과정뿐 아니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도 중대하다. 이 사람들의 광범위한 사기를 처벌하는 규정은 미국에서도 엄격하다. 검찰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면서 수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쇼트 부회장이 국내에 안 들어오니까 '너(※유회원씨)라도 들어와라'는 식의 구속영장 청구는 안 된다."

-유회원씨가 거짓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고 검찰은 주장한다.

"피의자는 헌법상 자기구제 권리를 갖고 있어, 그렇게 한다고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영장심사 결정에 불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장제도에 대한 항고제도가 법무부에서 논의 중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항고제도를 안 만드는 것은 불구속해도 수사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글자 하나 안 바꾸고 재청구했는데.

"예의 차원의 문제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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