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에 미 영향력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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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미국을 남북통일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통일을 가장 꺼리는 나라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춘성 특파원】 이는 연세대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진리·자유』와 현대리서치연구소(소장 박종선)가 공동으로 지난7월11일부터 4일 동안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대·이대 등 5개 대학생 각 1백 명씩 5백 명을 상대로 면접 조사한「대학생들이 바라보는 미국」조사결과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우리나라의 통일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이 73·4%, 소련이 20%, 중국 1·6%, 일본 1·2%로 응답했고「통일을 가장 꺼리는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63·4%가 미국을 첫 번째 국가로 꼽았으며 일본 31·2%, 소련 3·4%, 중국 1·0%의 순 으로 나타났다.
또한「남-북 분단에 가장 책임이 큰 나라」로는 미국 79·2%, 소련60%, 남한 24·2%, 북한 19·6%, 일본 15·2%, 중국 0·6%등으로 응답, 대학생들은 미국이 소련과 함께 분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식, 남-북 분단을 강대국간의 대결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대학생들은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통일문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만약 미군을 제외하고 남북한의 군사능력을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우세한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7·7%가 「북한이 우세하다」라고 밝혀「남한이 우세하다」(23·2%)를 앞지르고 있으며, 「주한미군을 포함하면 어느 쪽이 우세한가」라는 문항에는「남한우세」가 62·6%,「비슷하다」가 31·5%인 반면 「북한우세」에는 5·9%만이 응답, 주한미군을 남북군사력의 「균형추」역할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현실적으로 즉각적인 미군철수는 무리다」라는 문항에「그렇다」라는 응답이 49·1%에 이르며(「그저 그렇다」17·7%「아니다」39·6%), 「국익의 면에서 우호적인 한미관계가 필요하다」에 응답자의 65·2%가「그렇다」고 응답「그저 그렇다」15·7%「아니다」19·0%), 대학가의 일반적인 반미분위기 가운데서도 학생들이 한미관계에 대한 냉철한 실리적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현실적 판단은 경제적 측면의 대 미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한국에 미국이라는 수출시장은 중요하다」는 응답이 88·8%에 이르렀고 미국의 수입개방압력에 대해서도「미국 측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요구」라는 의견이 31·7%에 달하고 오히려「수입개방압력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81·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주변국가에 대한 선호감정을 묻는 질문에「싫은 느낌」은 일본(79·6%), 미국(53· 2%), 소련(19·4%), 북한(16·1%), 중국(13·2%)의 순으로 나타나 비교적 진보적인 대학생들 또한 일본의 식민지 통치에 대한 역사적 앙금의 뿌리가 깊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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