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개천절특집 다큐멘터리|90년만에 백두산 천제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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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민족의 기원·맥을 같이해 온 제천의식인 천 제가 90여 년만에 옛 형식에 따라 다시 백두산에서 거행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백두산 천제』가 개천절 특집으로 다음달3일 MBC-TV에서 방송된다.
MBC-TV는 유교학회와 서울대 종교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갖고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지난7월21일 백두산 소 천지에서 올린 천제 모습을 기록했다.
MBC-TV가 천제의 장면과 연변조선족의 생활모습 등을 화면에 담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랐다는 후문.
개방화물결을 타고 문턱이 약간 낮아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미 수교국인 탓에 첫 관문인 북경공항에서부터 촬영장비 통과문제를 놓고 곤욕을 치렀다.
학술적인 목적이 아닌 상업적인 촬영을 일체 허용치 않는 데다 여전히 북한을 의식, 우리측의 백두산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에는 아무래도 적지 않은 통제가 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유교학회·서울대의 중국당국에 대한 설득이 필요했다.
이번 행사는 고종 때 편찬된『대한예전』을 근거로 철저히 고증된 절차에 따라 진행돼 복잡하게 여겨질 제례가 빠짐없이 옮겨졌고 주로 교수들로 짜여진 90여명의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원구단과 강화도 마리 산, 강원도 일대에 남아 있는 관련유적에 대한 국내 보충촬영을 거쳐 방송될 이 프로에는 우리 정서의 중요 부분이기도한 하늘숭배정신과 아울러 백두산과 천지의 비경이 담겨 있다.
천제는 단군 시대부터 올려져 왔다고 기록되고 있고 고구려의 동맹 등도 천제와 연결되어 있다. 삼국·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중국의 영향이 커지면서 중요성은 줄었으나 역대왕조가 마리 산·백두산에서의 천제를 지켜 왔다. 대한제국의 성립으로 천제는 민족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1897년 고종황제가 소공동에 원구단(지금의 조선호텔 팔각정자리)을 쌓은 뒤 천제를 봉 행하고 즉위한 이후 1899년까지 천제를 올렸다. 그후 일제의 힘이 강해지면서 중단되었다.
천제는 광복이후 일부 민속종교단체들에서 봉 행해 왔는데 이번에 유교학회와 서울대 종교사회연구소가 옛 모습대로 백두산에서 가진 것으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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