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교통사고 뒤 기량 쑥쑥 '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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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23)이다.

염기훈은 1일 알카라마(시리아)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통렬한 왼발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으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원정 2차전(9일)을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출국하는 염기훈을 2일 오전 전주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뜻대로 플레이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뽑힌 이후 실력이 급성장한 것 같다.

"처음 대표팀에 갔을 때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부닥쳐 보니까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을 안 가진 상태에서 수비를 따돌리는 움직임을 많이 배웠다."

-왼발 슈팅이 예술인데.

"왼발잡이라 왼발 슛은 자신 있지만 오른발은 정확성이 조금 떨어진다. 팀 훈련 30분 전에 나와 오른발 슛을 연습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을 만난 게 행운인가.

"감독님은 훈련 때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고칠 점을 지적해 주시기 때문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꾀를 부릴 수 없다."

-7월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팀 동료 김형범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시내에서 돌아오다 숙소 앞에서 승용차와 정면 충돌했다. 머리와 이마가 깨져 50바늘을 꿰맸다."

-수술 자국에 머리카락이 안 나 '땜통'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처음에는 창피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팬 클럽 이름에도 '땜통'이 들어있다. 그래도 머리를 길러 수술 자국을 가리고 싶다."

-'벼락맞은 사나이' 처럼 사고 이후 기량이 갑자기 늘었다는 농담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운동을 쉬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전화위복이었다."

-동료 김형범과는 둘도 없는 친구라던데.

"같이 사고를 당하면서 더 친해졌다. 형범이는 스피드.드리블.슈팅 등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낫다."

-축구를 언제 시작했나.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초등학교 때 축구부가 없어 근대 2종(육상.수영) 선수로 뛰다가 중1 때 축구를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는 뭘 하나. 사귀는 사람은 있나.

"주로 숙소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스페셜 포스'라는 총싸움 게임이 정말 재미있다. 여자친구는 3월에 만났다. 피아노 레슨을 한다."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데.

"솔직히 욕심 난다.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면 신인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승을 해 12월 세계클럽선수권에 나가서 1차전을 이기면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맞붙는데.

"그렇게 된다면 일생일대의 영광일 것이다. 가장 가고 싶은 곳도 스페인 리그다."

전주=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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