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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어머니 나라서 스타 될 거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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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 TV에선 '파충류 소녀'가 뜨고 있다. SBS가 매주 일요일 오전에 방영하는 'TV 동물농장'에서 애완용 파충류를 소개하는 김디에나(16.산곡여중3)가 그 주인공. 방송이 나간 지 몇주 안 됐는데 도마뱀을 쫓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엽기적인' 모습에 반한 이들이 많은지 벌써 인터넷엔 팬 카페도 예닐곱개나 생겼다. 회원수도 1만명을 훌쩍 넘겼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통 모르는 비밀 하나. 디에나는 혼혈이다. 주한 미군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단 핸드릭스(43)와 어머니 김영심(42)씨 사이의 2남1녀 중 막내다. '한국계'이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에나에게 한국은 '어머니의 나라'이자 아버지의 옛 근무지였을 뿐 특별한 의미를 가진 땅은 아니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란 그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딱 한번 부모님이 한국에 데리고 왔었대요. 그런데 전 기억이 전혀 없어요. 게다가 전 혼혈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자랐어요."

아닌 게 아니라 디에나의 외모에서는 혼혈이라는 느낌이 풍기지 않는다. TV에서 그를 처음 본 시청자들은 "외국인인 것 같은데 우리 말을 제법 하네"라고 감탄할 정도다. 그런 디에나에게 한국이 특별한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한국으로 이사오면서부터. 디에나 가족은 2001년 아버지가 미국에서 사업에 실패하자 궁리 끝에 "한국에서 새로 시작해 보자"는 어머니 金씨의 제안에 따라 인천광역시 부평으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가족이 시작한 것이 애완용 파충류 농장. 다행히 金씨의 아이디어는 국내 파충류 유행을 타고 번창, 현재는 뱀 6백여마리.도마뱀 3백여마리.거북이 1천여마리를 기르는 대형 농장으로 자리잡았다. 디에나가 방송에서 뱀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것도 틈 날 때마다 농장을 찾아 부모님을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디에나가 한국에 올 때 '방송계에 진출해야지'라고 마음먹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미국에 있을 때 연예인들을 보며 "젠체하는(snobbish)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연히 그가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영어도 배울 겸 자주 놀러오던 한국 친구가 한 쇼핑몰에서 전속 모델을 뽑는다고 나가보라고 권했어요. 별 기대도 없이 장난삼아 나갔죠. 그런데 덜컥 3등이 됐어요. 그리고 기획사에서 연예인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왔어요."

디에나는 개성있는 얼굴을 '무기'로 모델 활동부터 시작했다. 이후 활동 영역을 넓혀 TV 광고와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지금은 리포터 활동과 함께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어와 발성법 등 이것저것을 배우느라 한창 바쁘다. 음반은 내년에 나온다.

"한국 사회에 혼혈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느끼지 않아요.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혼혈이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래요. 대스타 아무로 나미에도 이탈리아계 혼혈이잖아요"라고 말하는 디에나는 "부평의 '얼짱(얼굴이 예쁜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은어)'에서 '한국의 아무로 나미에'가 될 거예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글=남궁욱,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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