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우리 아이 똑똑한 경제 습관 키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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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애들한테 용돈은 얼마나 줘야 하지요?" "신형 휴대전화 사달라, MP3 사달라 자꾸 조르는데 어쩌지요?"

아이들 경제교육으로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 학교 공부처럼 정답이 없어 더 고민이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경제적으로 여유있게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인데. 우리 아이를 현명한 경제주체로 키우는 노하우는 손에 잡히질 않는다. 최근 출간된 어린이 경제교육서 '아이의 미래, 똑똑한 경제 습관에 달려 있다'(김지룡 지음)와 '우리 아이는 노블레스 키드'(박승안.이윤종 지음)에서 그 비법을 알아봤다.

# 용돈은 빠듯하게

용돈을 경제교육의 도구로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원칙을 지켜야 한다. 약속한 날에 정기적으로 주고, 부모의 기분이나 아이의 선행 여부에 따라 더 주거나 덜 주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 액수는 아이와 협의해 결정해야 하지만 빠듯하게 줘야 한다. 이걸 사면 저걸 사지 못하고, 저걸 사면 이걸 사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라는 것. 그래야 아이가 욕망을 참는 훈련을 할 수 있고, 돈을 제대로 다루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매주 자기 학년에 2000원을 곱한 금액, 고학년은 학년에 1500원을 곱한 금액 정도가 적당하다. 용돈의 사용 항목은 간식비,친구 생일 선물값, 비디오나 만화를 빌리는 비용, 종교활동비 등으로 정한다. 만약 부모가 용돈이 떨어진 아이에게 돈을 빌려줄 일이 생겼다면, 반드시 이자와 함께 갚도록 해야 한다.

물건을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는 훈련도 시켜야 한다. 그런데 그 기간이 너무 길면 아이가 포기하고 도리어 소비에 열을 올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8~9세라면 3개월 정도를 기한으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적당하다. 성취의 기쁨을 누리려면 목표가 MP3나 자전거처럼 어느 정도 비싼 물건이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3개월 안에 용돈을 모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는 아이가 물건값의 20%를 모으면 부모가 나머지를 보조해주는 방법을 택한다.

# 돈을 벌게 한다

용돈이 빠듯하면 용돈만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땐 아이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 예를 들어 자기 방 청소, 식사 후 자기 그릇 치우기, 컴퓨터 게임 자제하고 공부하기 등에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 저녁 준비를 돕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의 집안일도 조건 없이 하게 한다. 가족의 일원으로 당연히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은 ▶구두 닦기 ▶명함 정리 ▶세차 하기 ▶신문 스크랩 등이다. 신문을 읽다 부모에게 필요한 정보나 보관하고 싶은 기사가 있으면 표시를 하고 아이에게 스크랩을 시키면 아이가 신문을 자주 접하게 되는 부수 효과도 있다. 일한 대가는 스크랩 하나에 50원 정도로 계산한다.

# 저축의 주체는 아이

아이를 올바른 저축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서는 아이를 저축의 주체가 돼 은행과 돈을 단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태어나자마자 아이 이름의 통장을 만들어 친척들이 주는 용돈, 세뱃돈 등을 모두 저금한다. 아이가 5~6세가 되면 아이와 함께 은행을 찾아 용돈을 저축하게 하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은행에 아이 혼자 보낸다. 초등학교 졸업 즈음에는 그동안 저축했던 돈을 모두 찾아 이자율이 높은 다른 금융상품을 이용하게 한다. 은행뿐 아니라 새마을금고나 상호저축은행 등을 이용하는 길도 알려준다. 학제에 맞춰 3년 만기 자유적립식 통장을 만들었다 중학교 졸업할 때 만기가 되면 또 다른 금융상품을 찾아 이용한다.

금리 차이나 비과세, 세금우대 등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아이가 직접 상품을 고르도록 한다. 저축이 생활화된 아이라면 스무 살 때는 통장과 도장을 넘기고 직접 관리하게 한다. 그동안 모았던 돈의 절반은 여행.어학연수비 등 자기계발 비용으로 쓰게 하고 나머지 50%는 주식이나 펀드.채권 등에 투자하도록 안내한다.

아이 기질에 따른 경제 교육

▶ 스크루지형

용돈을 그저 모으려 고만 하는 수전노 성향의 아이에게는 소비와 나눔의 즐거움을 가르쳐야 한다. 용돈을 쓰지 않고 모으기만 하면 용돈을 깎아버린다.

▶ 행복한 왕자형

용돈을 모두 남에게 퍼주는 아이. 실속없는 호인 타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용돈에 '나만을 위한 소비'항목을 넣어준다.

▶ 낭비벽형

쓸데없는 물건을 사는 데 용돈을 다 써버리는 아이. 아이가 부모에게 용돈을 예금하면 월 5~10%의 이자를 지급하는 '가족은행'제도를 만들어 저축의 미덕을 알게 한다.

▶ 탐욕형

원래 받기로 한 용돈을 받고도 틈만 나면 손을 벌리는 아이. 절대 추가 용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정 돈이 필요하면 일을 해서 돈을 벌도록 한다.

자료= '아이의 미래, 똑똑한 경제 습관에 달려 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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