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 미친 농촌 의료|시행 3년째…교회 빈민 의협서 보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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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농어촌 의료보험이 시행된지 3년째. 우리 농촌의 의료현실은 어떠하며 농촌주민은 과연 질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을까.
교회 빈민의료협의회(회장 최수지)는 31일 저녁 전주 한일신학교 여성복지관 강당에서 농민·보건진료원·공중보건의·전문의·의료보험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농촌의 의료현실 보고회」를 가졌다.
첫 보고자 장병춘씨(26·전북 익산군 웅포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는 농민 62%가 한가지이상 병을 앓고 있으며 37.7%는 어깨 결림·야뇨 현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있음을 밝혔다.
장씨의 이 같은 주장은 전주지역 보건의약계열 연대 농활대 진료반이 7월31일부터 8월6일까지 진안군 진안읍과 백운·성수·주천·부귀 등 5개 읍·면 주민 1백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농촌보건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전북 순창군 농민상담소장을 맡고 있는 김금순씨(32·여)는 의료보험이 실시되면 우리의 건강문제는 염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좋아했었으나 보험료가 형평을 이루지 못해 농민들에게 불신만 심어주고 고통을 안겨줄 뿐이라고 비난했다.
김씨는 순창지역 의료시설이 턱없이 모자라는데도 가까운 광주가 있지만 타 진료권이라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며 의료원마저 전문의 1명이 배치돼 있을 뿐이어서 제왕절개수술을 못해 목숨을 잃기 일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북 달성군 구지면 보건진료원 임경순씨(34)는 80년부터 전국에 배치된 보건진료원이 2천38명으로 늘였지만 아직도 지방자치 단체장인 군수의 위촉으로 발령돼 신분상 불안을 면할 수 없고 보수 또한 공무원 등 유사직종의 50∼60%에 그쳐 근무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강원도 원주군 공중보건의 원령준씨(29)도 10년 전 보건의료원 제도와 함께 실시된 공중보건의제도가 군복무를 대신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학생 때의 임상실습을 연상할 만큼 농민들에게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서울대 김용익 교수(38)는 종합토의에서『농촌 의료문제는 워낙 문제가 많고 엄청나 문제에 압도되고 만다』며 행정당국이 주민들을 책임지지 못해 농민들만 아쉬워하며 좋은 의료시설확보를 위해 주민과 보건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를 낼 때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모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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