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부동산 전문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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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옆에서 지난해 8.31 대책 등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 지휘해 온 정문수(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장.사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고 말했다. 3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상대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다. 부동산 정책의 총괄 사령탑인 대통령의 참모가 스스로 '아마추어'라고 자인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정 보좌관은 "장기적으로 집값은 안정된다"고 장담했다.

정 보좌관은 또 검단 신도시 발표가 부처 간 정밀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의원들의 질타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8.31 대책 때 포함된 주택 공급계획을 실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성토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에 대한 문책 요구도 나왔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정 보좌관에게 "부동산 전문가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 보좌관은 "전문가가 아니다"고 즉각 답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잘 모르는 일은 국민을 위해 손대지 말고 물러나는 게 좋다. 시장에선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부동산 괴담'이 나돌고 있다"고 공격했다. 정 보좌관은 "8.31 정책이 완전 실패하면 저도 물러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의원들이 검단 신도시 발표가 졸속으로 추진된 점을 추궁하자 정 보좌관의 기세도 꺾였다. "국무총리가 최종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데 총리와 부처 간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그는 "잘못된 일"이라고 물러섰다.

정 보좌관이 해명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신도시 발표가 졸속으로 추진된 과정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추 장관이 23일 기자실에 내려가 신도시 관련 발언을 하기 30분 전에 전화로 통보받았다"며 "그러나 전체적인 공급 계획을 얘기하는 줄 알았지 신도시 발표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은 "그처럼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을 건교부 장관이 30분 전에 구두로 얘기했다면 청와대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냐"고 따졌다. 같은 당 채수찬 의원도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던 중요 정책이 어떻게 관련 부처와의 조율도 없이 4일 전에 공개됐는지 의문"이라고 물었다.

정 보좌관은 추 장관의 문책 여부에 대해서도 처음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가 "유감스럽지만 책임을 물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또 "추 장관이 발표하려고 마음먹고 내려간 것이 아니고 공급 확대로 (시장을) 안심시키려다 시쳇말로 오버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 정문수 보좌관=8.31 부동산 대책을 사실상 주도했다.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와 경기고.서울대.행정고시(8회) 동기다. 공직생활을 하다 1970년대 율산그룹으로 옮겼으며 율산 부도 후 미국에 유학을 가 통상학자로 변신했다. 인하대 교수를 지내다 지난해 1월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임명된 뒤 부동산정책을 이끌었다. 올 초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내용의 '동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 보고서를 만들어 노무현 대통령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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