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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꽁초…침 뱉고… 공중도덕 위반 부쩍 는다-요란한 단속한달 안돼 흐지부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선보였던 외화 『유 콜 잇 러브(You Call It Love)』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22세의 청순한 여주인공 (소피 마르소)이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 옆에서 달리던 차에서 휴지가 내던져지자 그 운전사에게 큰소리로 소리친다. 『그게 무슨 짓이에요.』
그 주인공이 서울거리에 서면 어떻게 될까. 금방 복이 쉬어버리지 않을까.
27일 오후2시 서울 종로2가 YMCA앞.
20대 젊은이들이 끼리끼리 잡담을 나누다 길바닥에 침을 탁탁 뱉고 꽁초를 내던진다.
넥타이신사도 질세라 담배를 길바닥에 비벼 끈다. 하이힐 숙녀가 뱉은 껌이 길위를 구르다 달라붙는다.
같은 날 오후4시 을지로 입구로터리. 신호대기 중이던 스텔라택시 기사가 차문을 열고 침을 퉤 뱉는다.
소나타차창 밖으로는 꽁초가 휙 내던져진다.
「올림픽시민」을 먹칠하는 공중도덕의 실종 현장이다.
지난1일 경찰의 경범죄특별단속 이후 한때 움츠러들었던 「파렴치」가 최근 단속이 흐지부지되자 다시 추악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경에 따르면 1일부터 25일까지 담배꽁초· 휴지· 침· 노상방뇨 등으로 4천원의 범칙금을 문 사람은 모두 1만8천4백21명.
이중 66%인 1만2천92명이 1∼11일 사이에 적발돼 단속이 점차 「용두사미」꼴로 되어 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명동파출소의 경우 초기 3∼4일간은 하루평균 6∼7건씩 적발했으나 그 후 1∼2건으로 줄었고 지난주엔 한 건도 없었다.
파출소장 최만동 경위(51)는 『단속건수의 4∼5배나 되는 사람을 훈방하고 있으며 단속이후 시민의 의식이 많이 개선돼 위반사례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목격자의 얘기는 다르다.
을지로3가에서 가판점을 하는 황모씨 (42·여)는 『단속초기엔 사람들이 주위눈치를 보더니 요즘엔 다시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고 한탄했다.
종로·대학로·신촌의 가로청소원들은 『휴지통이 무색할 정도로 꽁초·휴지가 차도까지 널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로 청소원 이태수씨(45)는 『자기 집 안방에서도 침 뱉고 꽁초를 내던지는지 묻고싶다』며 『민주주의를 의치기전에 자신들의 앞가림부터 해야할 것』이라고 따끔히 지적했다.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회사원 김은희씨(28)는 『운전사가 차 문을 열고 가래침을 뱉거나 차창 밖으로 꽁초를 던질 때마다 심한 불쾌감과 분노를 느낀다』며 『경찰이 도대체 왜 단속하지 않느냐』고 불평했다.
그러나 경찰은 단속의 애로점을 호소한다. 서울 강동경찰서교통계소속 이모의경(21)은 『현장 적발이 쉽지 않고 차선위반 등 교통단속만도 벅차 경범죄는 신경쓸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또한 적용법규해석조차 갈팡질팡이다.
치안본부 교통계 관계자는 『그같은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위반(범칙금 4천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서울중부경찰서 교통계 이모경장은 『도로교통법48조9항(운전자 준수사항·범칙금 1만5처원)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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