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진 "고민하며 찍은 베드신 삭제돼 섭섭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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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에게 '폭력써클'(감독 박기형.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다다픽쳐스)은 사실상 스크린 데뷔작이다. 드라마 '토지' 이후 자신의 캐릭터에 갈증을 느꼈던 그는 탈출구를 영화로 찾았고 그 선택이 '폭력써클'이었다.

비록 나중에 출연한 '아파트'가 먼저 개봉했지만 장희진은 6개월 여 동안 정경호 이태성 연제욱 김혜성 등 또래 배우들과 울고 웃으며 '폭력써클'에 매진했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찍기 위해 6시간 동안 줄담배를 피우고, 뺨을 맞으며 내동댕이 치는 장면을 48번이나 찍었다. 원래 영화는 이렇게 찍는건가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촬영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

맞는 장면을 거듭 찍으면서 정신을 깜빡 잃기도 했지만 장희진에게 '폭력써클'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이 길에 들어 섰다. '폭력써클'은 그 발판이 되준 영화로 사실상 데뷔작이라고 생각한다."

'제2의 전지현'이라는 수식어도, 얼짱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장희진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배우라고 불리고 싶을 뿐이다. 그런 장희진이기에 '폭력써클'의 날라리 여고생 수희는 매력적이면서도 치명적이었다.

소위 좀 놀았던 청소년 역은 연기를 잘하면 잘 할수록 대중에게 그 배우의 학창시절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폭력써클'의 수희 역시 마찬가지. 장희진에게 인터뷰마다 실제 고교 시절은 어땠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고교시절에는 뒤에서 잠만 자는 아이였다. 영화 속의 내 모습 때문에 오해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수희에게서 같은 여자로서 매력을 느꼈다. 어른스러우면서도 당당한 그 모습. 그 시절의 나에게서는 없었던 모습이다."

장희진은 첫 영화에서 첫 베드신을 찍었지만 어렵게 고민하며 찍은 그 장면은 최종 편집에서 삭제되고 말았다.

"정경호와 옷을 입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정말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영화의 흐름상 편집이 되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하지만 섭섭하기도 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여자라고 특별 취급을 받지도 않았고, 오히려 또래 남자들에게 군기 반장으로 통했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다. 장희진은 '폭력써클'을 통해 영화의 매력에 눈을 떴다고 실토했다.

"그 전에는 찾아 다녀야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이나마 나를 찾아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꼭 영화만 해야 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좀 더 영화를 즐기고 싶다."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아이마냥 눈을 반짝이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장희진이지만 포부 역시 잊지 않았다.

"이나영 선배를 보면 연기로 완전하게 평가 받잖아요. 영화 한 편이 끝나면 별도로 지면을 할애할 정도로. 그렇게 되고 싶어요. 이제 시작이지만."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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