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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중동사태 새 변수/미­이라크대치 어떻게 돼 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힘 우위불구 군사행동 한계 미국/식량위기 극복 위한 경고용 이라크
이라크정부가 쿠웨이트와 이라크에 남아있는 미국인ㆍ영국인 등 외국인들을 인질화할 것을 명백히 함에 따라 미국의 입장이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후 대대적인 대이라크 경제봉쇄에 나서는 한편 월남전이후 최대규모의 병력을 중동에 파견,대이라크 제재에 나섰다.
미함대는 18일 이라크 유조선에 대해 경고 실탄발사를 하는등 적극적 군사대응자세를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지난 20일간의 경제봉쇄로 인해 이미 커다란 식량위기를 맞으면서 외국인을 「식량인질」과 「폭격방패」로 이용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란의 테헤란 주재 미대사관 인질사건및 중동 과격회교세력의 미국인 인질을 이용한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던 미국은 이번 이라크의 대규모 인질에는 더욱 대처방안이 없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유엔안보리회원국들이 이라크의 심각한 식량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철저한 대이라크 경제봉쇄가 유엔결의 수준 이상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미국은 이에대한 답변도 궁색한 입장이다.
또 이미 월남전이후 최대병력을 중동에 파견한 미국이 어렵게 준비중인 군사적ㆍ경제적 우위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는 것도 이라크의 인질작전에 맞설 대처방안의 폭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의 인질화 경고는 미국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사실이 현실화된 것을 의미한다.
수천명의 인질들이 위급한 상황으로 빠질 경우 과연 경제적 봉쇄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도 문제이며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군사적 행동에도 엄청난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질문제가 쟁점의 전면으로 부상될 경우 미국이 당초 추구했던 제1의 목표,즉 쿠웨이트의 원상회복과 이 지역에서 미국이익의 수호라는 정책목표가 빛을 잃게 되고 말며 인질에 대한 동정심이 점차 확대될 경우 지금까지의 국민적 응집결의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지금과 같이 비난 성명이나 내면서 유엔등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이를 받아줄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결국 그가 강조해온 1차적 목표를 우선 추구하는 길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즉 부시는 국가의 이익이 인질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다는 설명이다.
부시의 이같은 「최종ㆍ최선」의 선택은 곧바로 중동에서 미­이라크간의 군사충돌을 의미한다.
미국이 처해 있는 또 다른 고민은 현재와 같이 군사력을 집중,이라크보다 우위의 힘을 중동에서 유지,그리고 인질을 희생해서라도 이른바 제1목표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경우 세계여론의 비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엔은 18일 이라크의 외국인들에 대한 「식량인질」 위협이 나오자 대이라크 무력사용 가능성을 시사,이라크가 죄없는 사람을 정치적 이유로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뜻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것은 대이라크 경고에 불과할 뿐 미국의 대이라크 무력공격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은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세계 40개국을 상대로 대이라크 봉쇄 캠페인에 성공한 미국은 유엔으로부터 직접적인 반대가 나오거나 미국의 군사력 사용정당성을 부정할 경우 「동맹」 40개국의 와해가 불보듯 확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라크가 「신생아를 포함한 외국인의 비참한 결과」를 내세운 외국인 식량인질화 위협은 현재 이라크의 식량위기가 막다른 선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이는 전체 국가소비 식량의 4분의3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라크로서는 이번 경제봉쇄가 미국의 무력침공보다는 사실상 더 위협적인 것이다.
이라크는 따라서 노동사회부장관 성명을 통해 『대이라크 경제봉쇄로 인한 고통을 외국인도 이라크사람들과 똑같이 나누어 질 수밖에 없다』면서 신생아일지라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위협했다.
이라크는 이 성명에서 미국이 경제봉쇄를 즉각 해제할 것을 요구,무력충돌도 피하고 경제적 위기도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비췄다.
이것은 이라크가 군사적 항쟁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역시 선택의 여지에 폭이 좁다는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이라크는 현재 서로 상반되기는 하지만 똑같은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18일의 미함대의 경고 발포 등 미­이라크 정부의 본래의도와 상관없는 우발적 충돌이 이번 중동사태를 급변시킬 가장 위험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시 미대통령의 고민이자 마찬가지로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고민인 셈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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