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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꿈」키운다/중국 서안에 첫 모델 양성학교(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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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히프 율동ㆍ몸회전 등 교습 한창/이념보다는 “미”… 지망생 줄이어
중국 최초의 모델양성학교가 서안에 문을 열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협서성도로 중국 서북지방의 요지인 서안은 한ㆍ수ㆍ당대에 걸친 수도로 중국 역사상 유서깊은 도시다.
성당국의 공식인가를 받아 지난 봄 개설된 이 학교의 설립자겸 교장은 올해 28세된 판린(범림)씨.
연극배우 지망생이었던 범씨는 키가 작고 뚱뚱하다는 이유 때문에 주연 한번 해보지 못하고 연극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런 그가 이같은 장사가 되는 학교설립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지난해 개방도시인 광동에서 열린 호텔 패션쇼를 우연히 구경하고 나서다.
그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패션쇼였지만 그곳에 모인 관중들은 늘씬한 몸매의 모델들이 무대위에 등장할때마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데서 전문모델양성학교를 세우면 『돈이 되겠다』는 착안을 한 것이다.
이 학교 1학기 등록금은 42달러(한화 3만원) 정도.
이 등록금은 현지 의사나 교사 등 이른바 화이트칼러의 한달치 봉급에 해당되는 「큰돈」이다.
이 모델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연령층은 15∼18세의 「젊은 아가씨」들에 집중돼있다.
신데렐라를 꿈꾸는 이들은 모두 1백80㎝를 넘는 큰키에 몸매에 자신이 있는 늘씬한 미녀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모델 후보생들은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부모 또는 주변친지들의 권유나 조언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류모델이 되면 세계일주 여행도 할 수 있어 모델을 지망했다』는 것이다.
한 지망생은 『TV에서 모델들을 보았는데 언제나 예쁘고 우아한 의상을 입고 있어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다』며 『정 안되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모델이라도 되고 싶다』는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의 교과과정은 서방 미용학원의 교육과정과 별 차이가 없다.
고전무용과 현대무용은 물론 엉덩이를 적당히 흔들며 걷다가 회전하는 요령,팔동작을 우아하게 하는 법 등이 총망라돼있다.
이들 모델 후보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교사들은 모두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발레댄서들로 구성돼 있는데 분야별로 나누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모델후보생들은 벌써부터 전문모델이나 된 것처럼 요란한 장식의 목걸이와 귀걸이는 물론 하이힐차림으로 연일 비지땀을 흘리며 디스코풍의 음악에 맞추어 현대무용을 배우는가 하면 전통부채춤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80년대 들어 덩샤오핑(등소평)의 개방정책 영향으로 물밀듯 중국 전역에 스며들고 있는 서방자본주의의 모습이 중국의 고도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명예와 영달을 위한 인간의 부단한 노력은 이데올로기의 벽마저 손쉽게 뛰어 넘을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현장이 바로 이 모델양성학교라 할 수 있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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