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남쪽도 경제 고난행군 시킬 작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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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핵에 가려 있지만 경제가 걱정이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9%에 그쳤다. 2분기째 1%를 밑도는 저성장이다. 이런 추세에서 한동안 벗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소비 위축이 특히 심각하다. 3분기 민간소비는 겨우 0.5% 늘었다. 정부는 올 여름 호우 피해 때문이라고 했으나 설명이 충분치 않다. 4분기에 다시 성장률이 안 좋게 나오면 10월 추석 연휴가 길어서 그랬다고 둘러댈 것인가.

가난한 사람들과 청년층은 일자리 부족으로 쓰려야 쓸 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중산층은 소득의 상당부분을 아이들 교육비로 쏟아부어 호주머니가 늘 헐렁하고, 부유층은 부동산 세금 걱정에 돈을 움켜쥐고 있다. 이런 것들이 소비 위축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스스로 복지.교육.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정부가 최근 부쩍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내비치고 있다. '재정 집행 확대, 저금리'라는 구태의연한 부양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정말 위기감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내년 대선 때까지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이번에도 방법이 틀렸다. 이 정책은 재정 부실과 부동산 버블이라는 부작용만 초래한 게 그간의 경험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3%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공장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 감면을 추진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도 집단소송제 등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규정의 완화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규제를 완화해 투자 물꼬를 트고 일자리를 늘리는 게 최선의 부양책인데, 굳이 이 정부는 넉넉하지도 않은 재정을 동원해 효과가 뻔한 일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보다 더 강력하다는 순환출자 규제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중대표소송 등으로 기업을 옥죌 태세다. 이쯤 되면 경제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국민 앞에는 북핵 때문에 불안하고, 경제난에 허덕이는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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