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다" "아니다" 「굿」논쟁|비평가 이상일·연출가 이윤택씨 팽팽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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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의 전통무속인 굿이 연극인가, 아닌가.』
굿을 연극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극형식으로서 굿의 성격에 대한 논쟁이 시작돼 연극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논쟁은 평론가 이상일 교수(성균관대)가 지난 7월 호 『한국연극』에 『오구-죽음의 형식』(부산 연희단 거리패)과 『점아점아 콩점아(극단아리랑)』에 대한 비평을 기고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교수는 연극공연전체를 하나의 굿으로 만든 두 작품을 비평하면서 『굿은 연극예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구-』을 연출했던 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씨가 최근 발간된 『한국연극』 8월 호에 『굿과 연극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하여』(부제=이교수의 공연과 비평을 읽고)라는 글을 투고, 이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함으로써 논쟁에 불을 붙였다.
굿이 연극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 극단 자유의 김정옥, 극단 목화의 오태석씨 등 연출가들은 70년대 이후 연극형식의 일부로 전통 마당극이나 굿을 공연에 활용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양쪽 입장을 대변하는 두 사람의 논지를 요약·소개한다.
이상일 교수=굿은 저승과 현세를 연결시키는 제의다. 따라서 굿은 지난 생활문화의 잔존물이지 연극예술은 아니다.
최근 미숙한 마당극이나 굿 놀이를 「민족극」이란 명목으로 과대 평가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자가당착이기에 이에 대한 논란이 있어야 한다.
70년대 마당극이 한때 유행하다가 연극적 보편성을 얻지 못해 쇠퇴했는데 90년대 들어서는 굿의 연극화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굿을 도입한 최근의 공연은 70, 80년대에 이미 시도되었던 형식을 상투적으로 되풀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윤택씨=이교수의 견해는 다수 전문가들이 지니고 있는 관념적 오류다. 굿은 우리 민족의 원형연극으로 서구예술 미학적 차원을 떠난 고유의 예술인 것이다. 일례로 현재까지 전해오는 거리굿은 기능 면에서나 극작술 면에서 완전한 연극이다.
단지 연극이란 용어가 없었기 때문에 「연희」라고 불려져 왔을 뿐이다.
굿과 무당의 존재는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는 정신사의 등뼈이기 때문에 굿은 현대화 작업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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