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동문학 어린이 흥미 못 끈다|「아시아 아동문학대회」에 비친 각국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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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의 아동문학은 재미가 없어 어린이들이 외면하고 있고 일본의 아동문학은 흥미 위주로 흘러 어린이들을 버려 놓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 이재철) 주최로 한국·일본·중국 및 대만 아동문학가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2일 서울 라마다 올림피아 호텔에서 열린 「아세아아동문학대회」에서 이런 주장들이 나왔다.
조대현씨(동화작가)는 「21세기를 지향하는 한국아동문학의 위상」이라는 발제 강연을 통해 『아동문학가가 6백여 명에 이르고 아동문학서적도 전체아동도서의 30%를 상회하고 있지만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작가의 적응력 부족으로 작품이 재미가 없어 작품의 질과 판매 양면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어린이들의 흥미에 부응하면서 시대에 걸맞는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방안으로 ▲물질문명에 대한 저항과 인간성 상실의 고발 등 현실 부정적 차원에서 벗어나 현실을 긍정적으로 사는 어린이를 그릴 것 ▲문장은 보다 간결하게 묘사위주로 진술하며 줄거리 진행도 입체화시킬 것 ▲도서의 부피도 연령별로 적정 선을 찾아 조정할 것 ▲영상문화에 맞서 삽화 및 북 디자인에 좀더 신경을 쓸 것 ▲역사·자연·인문·사회·과학 등 산업화 사회를 살아가는데 유용한 정보를 균형 있게 섞을 것 등을 제시했다.
도리코 신씨(일본아동문학평론가)는 「새로운 세기와 일본의 아동문학」이란 발제 강연에서 『일본아동문단에 손끝으로 재미있는 작품만 경박 단소하게 만들면 된다는 경향이 만연, 아동문학을 한번 읽고 버리는 소비문화로 만들고 있다』고 일본아동문학을 비판했다.
어린이들에게 뜨거운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가 드물고 출판사도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가 에만 부심, 그 결과 필요이상의 오락성을 끌어넣은 만화적인 삽화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만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1949년 본토와 분리된 대만에선 1960년까지는 이전에 나온 본토의 아동문학을 고쳐 썼으며 60년대에는 주로 미국의 아동문학을 번역했고 70년대에 비로소 대만아동문학가들에 의해 「중국인」정신을 고취한 아동문학이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대만의 대륙아동문학 연구회장 임환창씨가 전했다.
장풍씨(중국 절강사범대 교수)는 『1919년 5·4신문화운동에 의해 중국아동문학이 시작됐다』며 중국아동문학에는 『혁명의 격정과 정치적 열정이 가득한 무산계급 아동문학전통과 어린이들의 순결한 영혼을 정열적으로 노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동심주의 아동문학 전통 등 두 전통이 흐른다』고 밝혔다. 장씨는 1949년 중국 성립 후 이 두 전통이 접목돼 『아동들의 시각에서 마치 힘차게 살아있는 것 같은 꼬마영웅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아동문학은 문학가운데 「소아과」위치를 벗어나지 못해 다른 장르의 문인보다 아동문학가의 지위가 낮아 아동문학 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중국·대만은 물론 세계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중국아동문학가 1백여 명은 지난 5월 중국호남생장사시에서 「제1회 세계 중국어아동문학펜클럽」대회를 갖고 세계 속의 중국정신으로 양 체제의 이념을 극복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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