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큼 정들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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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강호원 본부장과 한빛봉사회 15명이 21일 부산시 기장군의 기장실버홈에서 요양중인 노인들이 칼국수 먹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한빛봉사회 회원 15명은 21일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매학리 기장실버홈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회원들이 중풍, 치매노인 60명이 요양 중인 기장실버홈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쯤. 곧 바로 4명씩 조를 나눠 청소, 목욕, 음식만들기에 들어갔다.

김황진씨 등 4명은 화장실을 청소한 뒤 창문 틀의 먼지를 털고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계단 구석구석을 걸레로 닦았다. 이들은 노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안녕하세요"라며 큰 소리로 인사했다.

점심 준비를 담당한 이설경씨 등 4명은 주방으로 들어가 칼국수에 넣을 호박을 다듬기 시작했다. 한빛봉사회를 인솔한 강호원 본부장 등 8명은 중풍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의 목욕을 도왔다. 머리를 말리면서 안부를 묻고 안마 서비스도 곁들였다. 강 본부장은 "힘들게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가까이서 모시지 못하는 부모 생각이 난다"며 "부모님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자주 오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오전 11시40분부터 노인들의 식사를 도왔다.손 놀림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가로로 잘게 자른 칼국수를 손으로 입에 넣어 주었다.입가에 묻은 국물을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았다.

오후 1시쯤 점심 식사가 끝난 뒤 노인들의 손톱.발톱을 정성껏 깎기 시작했다. 곽미자(76) 할머니는 "자주 찾아오는 봉사원들이 자식보다 반갑다"며 "이야기를 하면서 안마받는 것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신해용(62)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움직이기 힘든데 지난 봄에 벚꽃 나들이를 시켜줘 정말 즐거웠다"며 "회원들이 자녀들과 함께 올 때는 마치 손주들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5시간의 봉사활동을 끝낸 한빛봉사회 김용이(44) 총무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세상에 밝은 빛을 공급하는 회사의 이미지와 잘 맞아 2004년 9월 봉사회를 만들었다"며 "회원들이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돌아가며 기장실버홈을 찾는데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좀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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