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공정 재판 불씨 없애자"

중앙일보

입력

법조비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법원이 불공정 재판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겨레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대법원은 재판 당사자들이 주심 대법관과의 학연, 지연 등을 따져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 처리에 영향을 주려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주심 선정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현재 대법원 상고 뒤 상고이유서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50일이나 되지만, 재판 당사자들은 주심 대법관이 정해지고 난 뒤 변호인을 선임한다. 주심 대법관과 학연이나 지연 등이 있는 변호사를 찾기 위한 것이다. 주심이 정해지기까지 보통 35일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상고이유서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15일밖에 안 된다.

대법원은 주심 대법관 지정을, 상고이유서가 접수되고 이에 대한 상대방의 답변서가 들어오는 10일 뒤로 훨씬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재판 당사자는 주심 지정 이전에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관예우' 등 불공정 재판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안에서는 "전관예우나 연고주의에 바탕해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은 "국민들이 법원에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판사 집무실에서 변호사를 비롯한 외부인 면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일선 법원도 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부 판사 30여명은 지난달 말 회의를 열어 "집무실에서 재판 당사자를 만나지 말자"고 결의했다. 서울고법은 판사를 만나려면 24시간 전에 해당 재판부에 서면으로 면담 사유를 적어 신청하고 재판장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수원지방법원은 모든 외부인의 판사실 출입을 제한하는 내규를 만들어 시행 중이며, 부산고등법원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청사 주요 길목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판사실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서울고법 서경환 공보담당 판사는 "법정 밖에서 재판 당사자를 만나 선입견이나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것을 막자는 것으로, 오직 법정에서만 승부를 보자는 공판중심주의 강화와도 맞물린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