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연결, 간척사업도 좋지만 배삯 낮춰 섬사람 생활 도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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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화연구소가 청소년들에게 해양 체험을 시키고 있다. 이들은 보트를 타고 목포 앞바다를 둘러봤다. [희망제작소 제공]

사회적.문화적 관점에서 섬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이 있다. 전남 목포대학교에 있는 '도서(島嶼)문화연구소'. 이곳에선 사회학.역사학.민속학.자연생태학 등 4개 분야 전문가들이 섬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3년 문을 열었으니 벌써 24년째다.

이 연구소의 강봉룡(46) 소장은 "섬 출신 교수들을 중심으로 섬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야겠다는 의식에서 소박하게 출발했다"면서 "당시에는 섬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도 몰랐지만, 최근엔 섬과 해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구소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농경사회에서 바다와 섬은 버려진 유배의 땅과 다름없었다. 바다와 섬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관심도 역시 낮다.

"바다와 섬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역사왜곡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강 소장은 국민의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왕조는 중국의 명나라처럼 바다 활동을 금지하는 해금정책을 썼습니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600년 동안 바다를 천시한 것입니다.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을 이야기하지만, 중국은 동북공정에 앞서 몇 해 전부터 해양강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섬에 대한 본격적 연구와 국가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강 소장은 "우선 전체 해역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며 "해양수산부는 수산정책에만 열을 올리고 해양수산개발연구원.해양연구원들은 양식.개발에만 치중해선 안 되며, 어촌사회학을 연구할 범정부적 센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한다. 강 소장은 "최근 섬 주민을 대상으로 운임을 왕복 1만원으로 크게 낮췄다"며 "다리를 놓고 간척을 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그런 작은 실천에서 섬사람들의 삶의 질은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도서문화연구소는 새만금 문제도 연구하고 있다. 새만금은 육지 중심의 논리로 보는 도서해양 정책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보통 새만금은 갯벌 생물이나 환경에 관해서만 이야기가 이뤄집니다. 육지 논리로 보니 섬의 이색적 자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섬사람의 눈으로 보고, 새만금 어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이 연구소 김준(44) 연구원은 바다와 섬에 대한 기술적 접근이 아닌 인문학적 접근이 문제의 해결방안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인문학에서 출발해 기술이 결합돼야 합니다. 도서문화 연구가 아닌 도서해양 문화를 주제로 해 지난 20년 동안 해온 인문사회 연구에 어촌 개발과 지역학 등을 결합해 어민 삶의 총체적 모습을 디자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짐을 꾸리고 바다로 나가는 강 소장과 김 연구원, 그들의 모습에서 종합적 도서문화에 자연과학을 포괄하는 종합센터로 발돋움해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나갈 도서문화연구소의 미래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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