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PSI에 정식 참여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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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이 PSI의 핵심인 '선박의 나포 및 수색'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은 그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반면 여당을 비롯한 국내 일각의 반발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반대세력의 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미 시행 중인 남북 해운합의서로 PSI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 부품 등을 실은 것으로 추정된 북한 선박은 정지.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선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현재 미.일은 PSI를 철저히 집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참여하지 않아도 긴장 고조는 불가피하다. 물론 한국이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그 가능성을 상당히 낮출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일과 북한이 충돌한다면 그 불똥이 한국으로 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남북 해운합의서 논리도 허점이 많다. 무엇보다 이 정권이 대한해협을 지나간 북한 선박 140여 척에 대해 한번도 검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랬던 한국 정부가 '압류'나 '저지' 조항이 없어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못 되는 이 합의서를 적용하겠다고 나서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능한 한 국제공조는 피하고 '뭔가 하는 척하겠다'는 인상만 줄 것 아닌가.

한.미동맹의 차원에서 봐도 그렇다. 상대방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동맹이다. 지금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는 북한 핵무기나 핵물질의 역외 유출 차단이다. 미국이 한국에 PSI 동참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보다 확실하게 해달라고 간청한 한국이 자신들이 간절히 바라는 요구는 외면한다면 미국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자명한 것 아닌가.

PSI 참여 거부는 한.미동맹의 균열은 물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결과만 자초할 것이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에도 아무런 기여를 못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PSI에 정식 참여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 그런 뒤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선택은 피하면 된다. 북한 선박이 한반도 해역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 다른 참여국이 집행하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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