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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서방인질」로 대도박/영 데일리 텔리그래프가 본 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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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지상군열세 B52로 주공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침공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ㆍ나토의 이라크에 대한 군사제재 조치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가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 텔리그래프지는 7일자 신문에서 이라크에 대한 외교ㆍ경제조치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나 장기적으로 군사적 제재조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 경우 지상군에 의한 공격보다는 공군력,특히 미국의 장거리 폭격기인 B52를 이용한 주요시설및 병력에 대한 대규모 폭격이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기사내용이다.<편집자주>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공군의 주력으로 「하늘의 요새」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B52 폭격기가 이번 중동사태에서 다시한번 중요한 역할을 맡게될 것 같다.
17t 무게의 폭탄을 싣고 중간급유 없이 지구의 반바퀴를 비행할 수 있는 괴력의 B52 폭격기는 개발후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제 노기종이 됐지만,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임에 틀림없다.
현재로선 아랍국가들이 이라크의 군사행동에 대해 집단적 저항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나토가맹국인 터키마저도 부시대통령이 요청한 터키영토내를 통과하는 이라크 송유관 폐쇄조치에 대해 한때 미온적 태도를 취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라크를 외교적ㆍ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당분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때 군사적 조치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1주일내에 미국은 사라토가ㆍ인디펜던스ㆍ아이젠하워 3척의 항공모함이 이끄는 대규모 전투선단과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갖춘 전함 위스콘신호를 이라크ㆍ쿠웨이트 해역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그러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 송유관을 폐쇄할 것인가. 파드 사우디국왕은 후세인대통령의 분노를 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서방국이 이라크의 송유관 펌프시설을 폭격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송유관을 막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약속할 수 있는 보장은 무엇인가다.
현재로선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제시할 것은 별로 없다. 이라크는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지역에 2만명 이상의 군대와 2백대의 탱크를 배치하고 있고 본국에 7개 사단을 대기시켜 놓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전쟁경험이 풍부한 1백만명이상의 군대와 5천5백대의 탱크,최신항공기를 갖춘 이라크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을 막으려면 미국은 아마 제3차 세계대전규모의 군대와 장비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라크군대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침공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쿠웨이트ㆍ사우디아라비아 국경에서 1백84㎞ 떨어진 담맘까지만 진격하면 세계 최대유전인 가와르유전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페르시아만협력위원회(GCC) 본부이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킹 칼리드군사기지를 점령할 수도 있다.
이와함께 주베일해군기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F15전투기 42대가 주둔하고 있는 다랑공군기지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서방국가들의 막강한 공군지원이 없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5백50대 탱크도 2∼3일내에 제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미 지상군의 증강이 그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규모에 이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1개월이 소요된다.
미군의 공중수송수단을 최대로 동원할 경우 약 2만명의 병력을 48시간이내에 수송할 수 있으나,장갑차ㆍ야포 등을 갖추지 못한 경무장부대의 신세를 면키 어렵다.
미국의 4개 경기갑사단과 9만명의 지상군이 해상과 공중수송로를 통해 쿠웨이트부근에 도착하는 데는 약 5주가 소요된다. 해병대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섬을 거쳐 30일이내에 파견될 수 있을 것이나 이들 역시 이라크군을 대적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이와같은 장기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미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기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충분한 무기와 연료ㆍ식량이 비축돼 있는 유럽에서와는 달리 이번 작전에 투입될 미군은 이 모든 것을 함께 가지고 떠나야 한다.
이라크가 사우디를 침공할 경우 부시 미대통령은 사우디지원을 위해 즉각 대처할 것이다. 미국은 공군력에 의지할 것이고 국방부는 B52폭격기 동원을 계획하고 있다.
B52는 미 본토에서 직접 발진,공중재급유를 받지 않고도 20개의 크루즈미사일을 1만9천㎞이상 공수할 수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라크 송유관과 유전,군주요시설에 대한 정확한 조준폭격에 F111이 동원되는 한편 탱크와 연료저장소등에 대해서는 17t이상의 융탄폭격을 할 수 있는 B52가 동원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B52폭격기와 속해있는 미 전략공군사령부(SAC)는 항공 전자공학ㆍ레이다전파방해ㆍ방어용전자공학 등을 이용해 이라크는 물론이고 소련까지 침투해 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이같은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수천명의 서방인질이라는 강력한 저지책을 여전히 확보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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