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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름철 물 건강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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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물을 많이 마시는 여름철이다. 물은 단순한 물질이지만 체내에서의 역할은 복잡 다양하기 짝이 없다.
일부 학자들이 『물에 단백질이나 당 등이 녹아 있는 것이 인체』라고 말할 정도로 인체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서울대 의대 김우겸 교수 (생리학)는 『성인의 경우 체중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이 물이지만 그 역할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다』고 밝힌다.
지금까지 정확한 메카니즘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물의 체내 기능은 ▲흥분과 진정 ▲이뇨와 발한 ▲신진 대사 촉진 ▲희석 작용 등으로 요약된다.
예컨대 물이 급속하게 위나 장을 자극하면 흥분의 효과가 있고 천천히 체내에 흡수되면 두뇌의 혈액을 밑으로 끌어내려 신경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은 또 각종 유해 물질을 땀의 형태로 배출시키며 동시에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숙취시 냉수를 마실 때처럼 알콜이나 기타 체내 독물을 희석시키는 작용도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가장 적절한 상태에서 체내 수분을 유지하지만 「물 대사」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여름철은 자칫 균형을 잃고 심하면 질병을 일으키거나 죽음에까지도 이른다. 한 예로 얼마전 행군 도중 사망한 수명의 군인들도 의학적으로는 지병 외에 「수분 대사」의 이상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동 등 열대 지방의 해외 근무자들이 처음에 가장 잘 걸리는 질병이 요도 결석증인데 온대 지방인 우리 나라에서의 습관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는데 비해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기 때문에 걸린다.
◇탈수=가장 빈번히 생기는 수분 대사의 이상 현상이다.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체외로 배출되면 체액의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이에 따라 삼투압이 높아지면서 세포 전체의 균형이 파괴된다. 특히 신경 세포의 활동 저하는 탈수의 뚜렷한 현상중 하나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등산이나 과격한 운동 후 어지럼증이 생기면서 쓰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분 과잉=탈수 뒤에 주로 생기는 현상. 수분 과잉이란 수분의 절대량이 많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체액에서 염류와 수분의 균형이 깨졌다는 말이다. 즉 나트륨이나 칼륨 등 무기물의 농도가 크게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물 중독」이라고도 한다.
김우겸 교수는 『특히 칼륨의 경우 세포 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모자랄 경우 세포가 짜부라진다』며 『이런 때는 피로를 느끼고 몸 전체의 기능이 원활치 못하다』고 말한다.
◇수분 섭취 요령=맹물을 과도하게 마실 경우 물 중독 현상이 일어남은 물론 위액이 희석돼 소화에 지장이 생기고 배탈·설사 등도 뒤따를 수 있다.
김 교수는 『식사 등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지만 심한 갈증을 느낄 때는 과일을 먹는 것이 이상적인 수분 섭취법』이라고 말한다. 과일은 칼륨 등 중요 무기물이 적당량 녹아 있고 갈증이 쉽게 가시도록 돕기 때문.
청량음료를 너무 마시면 위액 분비 등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입맛을 떨어지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요즘 많이 선전되는 산성 혹은 알칼리성 음료 역시 근본적으로 체액을 양호하게 변화시키지는 못하므로 과신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주의사항=수분과 가장 관계 깊은 장기는 콩팥. 따라서 콩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과도하게 수분을 섭취하면 부어오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혈압 환자 역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지 않은데 이는 물을 마시면서 수분 중독에 걸리지 않기 위해 염류 (소금) 등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금은 혈압을 크게 올리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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