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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80년대생 벤처 열풍 일으킨다

중앙일보

입력

1980년대 태어난 청년들이 중국 경제에 거센 열풍을 몰고 있다.

이들은 기성 세대의 고정관념에서 탈피, 패기와 열정을 무기로 인터넷 기반의 벤처 창업에 나서면서 중국 경제 성장에 또 다른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 벤처 열풍 진원지는 '80년대생'

양페이(26)는 사업가들에게 인맥구축 서비스(SNS)를 제공하는 'www.365ju.com'를 비롯한 40개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벤처 사업가다.

이미 중국에는 짝짓기부터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다양한 SNS 웹사이트가 성업중이지만 양은 성공을 꿈꾸는 중국 기업인들을 위해 관시(關系:중국 사회 특유의 인맥을 가리키는 말)와 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양은 "중국에서 사업하는 이들의 약 80%가 컴퓨터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 서투르다"며 "이에 착안해 비즈니스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하고 파티나 심포지엄을 열어 온라인의 부족함을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www.365ju.com'에는 회원 13만명이 활동중이며 베이징과 항저우, 선전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 대다수도 80년대 태어난 '젊은 피'다.

1983년생인 마오 칸칸도 현재 인기 높은 온라인 게임을 보다 현실감있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마조이(Majoy)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마조이 플레이어들은 특수 복장에 가면을 쓰고 약속한 장소에 모인 뒤 PDA와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블루투스가 가능한 안경, 광선 검, 노트북을 이용해 게임을 즐긴다.

온라인인지 오프라인인지 규정하기 힘든 성격의 이 게임은 지난 10월 시범 가동에 들어갔고 내년 2월이면 공식 오픈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오는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자본금 3억 위안(3800만 달러) 가운데 내년이면 3000만 위안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현재 중국에선 양페이와 마오 칸칸처럼 1980년대 태어난 청년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 벤처를 창업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80년대 대학 졸업생들이 소위 '철밥통'이라는 국영 기업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기 바라고, 90년대 높은 연봉을 주는 다국적 기업 입사를 목표로 삼던 것과 달리 이제 중국 청년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스스로 기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게다가 대학 교육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PCPOP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샹(25)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대학 진학의 기회를 포기했고 마오도 2000년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마조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변화된 사회환경도 한 몫

중국의 사업 환경과 대중의 사고방식 변화도 청년 창업 열풍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구와 달리 이제껏 중국에선 사회생활을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나이어린 CEO가 회사를 차린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1975년 태어난 폴 가오는 1997년 문을 연 개인 홈페이지가 인기를 얻자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시작했으나 당시 20대 청년 사업가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사회 분위기로 자본금 180만 달러를 고스란히 날렸다.

투자회사인 히나 그룹의 빌 자오 전무는 "1990년대 말만 해도 젊은 사람이 관공서나 재계 연줄 없이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그러나 이젠 뛰어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이 있다면 20대 창업은 충분히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창업으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면서 그저 소꿉놀이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20대 창업이 경제 성장에 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현재 칭화 대학을 비롯한 중국 내 대학들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며 중국 당국은 '청년 비즈니스 차이나'(Youth Business China)와 같은 전문 양성 기관을 설립해 해외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청년 창업을 돕고 있다.

벤처 창업, 거품 아닐까

중국 벤처 열풍의 대부분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중국 벤처 창업에 유입된 금액은 40억7000만 달러로, 3년 전의 5배에 달한다. 대부분이 인터넷이나 뉴미디어 관련 사업으로 투입됐다.

지난 6월 현재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1억2300만 명으로 이 가운데 18 ̄24세 인구가 38.9%며 18세 이하도 14.9%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터넷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터넷과 뉴미디어 관련 사업을 기반으로 한 청년 창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창업 열풍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 거세게 일던 벤처 열풍이 2000년 들어 차갑게 식어버린 것과 같이 현재 중국의 창업 열풍 또한 거품일 수 있다는 것.

황 싱동 인터넷 전문가는 "언제는 거품은 있기 마련이지만 전반적으로 중국 인터넷 시장의 잠재성은 높아 이를 걱정하기엔 이르다"며 "창업 급증은 시장에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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