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이런 게 공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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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공청회 파행 책임져라."

23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 전교조 장혜옥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무현 정부를 규탄하며 교원평가제를 끝까지 저지해 교육부를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10여 명의 전교조 간부가 '규탄'과 '응징' 구호를 연호했다.

하루 전인 22일 이민숙 대변인 등 전교조 간부 3명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공청회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장 위원장은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연기를 요구했을 뿐 물리적으로 방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말 그랬을까. 20일 오후 2시 서울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강당에서 열린 '교원평가제 공청회'는 난장판이었다. 전교조 교사 100여 명은 단상과 방청석 등에서 "사기극을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교원평가를 하기로 미리 결론을 내렸으며 이날 공청회는 겉치레 행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은 분명히 물리력을 행사했다. 단상을 점거하고, 거친 말을 하고, 단상으로 뛰어올라가려다 이를 말리는 교육부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화가 난 방청객들은 "그만해, 그만해"를 외쳤다. 행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요구다. 한 학부모는 "당신들이 선생이냐 깡패냐. 이게 할 짓이냐"며 맞고함을 쳤다. 이런 장면은 TV를 통해 그대로 중계됐다.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기자의 입장에선 당시의 상황이 "물리적인 방해가 아닌 연기 요구"라는 주장에 어안이 벙벙하다.

전교조가 공청회를 저지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교원평가제, 올해 8월 영어.수학 수준별 교육과정도 전교조 교사들의 방해로 공청회가 무산됐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전교조는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공청회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더 한심한 일은 그 다음 벌어졌다. 한 시간 만에 난장판 공청회가 사실상 아무런 토론도 없이 끝나자 교육부 관계자는 "아무튼 통과의례는 마쳤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청회를 열 때마다 전교조의 타격대상이 되는 그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공청회가 아니었다. 교육부는 진짜 공청회를 다시 열라. 누가 반대하고 방해하든 규정과 절차대로 일을 처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라.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