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판' 탈출용인가 홀로서기용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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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23일 "정치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정책에 간섭하지 말라는 당정 분리가 정당이 국정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당정 분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사안이다. 그래서 김 의장의 발언은 노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의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책임정치의 핵심은 정당정치이고, 정책의 핵심이자 에센스(본질)는 정치적 결정인데, 그 결정에 당이 배제되니까 유사 이래 가장 힘없는 여당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또 '민주당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당 관계자들은 "김 의장의 발언 속엔 향후 여권 정계 개편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주도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 "DJ의 승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한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김 의장이 노 대통령을 비판한 게 느닷없다는 시각도 있다. 북핵 사태 속에 강행한 개성 공단 방문이 '춤판 해프닝'으로 안팎의 거센 비난을 받게 되자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고육지책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 것이다. 김 의장의 발언이 홀로 서기냐, 춤 스캔들 탈출용이냐는 논란으로 이어질 듯하다.

친노(親盧) 직계의 이광재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이 남 탓을 해서 잘 되는 사람 못 봤다"며 "더 이상 노 대통령을 공격해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 "침소봉대"대 "책임론"=김 의장은 이날 '개성공단 춤 스캔들'진화에 나섰다. 그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부적절하고 부주의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상황을) 침소봉대했다"고 주장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지도부를 흔드는 일도, 지도부가 흔들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당내 중도.보수 성향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은 이날 모임을 열고 "(김 의장은) 민감한 시기에 일방적으로 방북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 데 대해 공개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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