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급 비상체제 돌입/정유사별 물량 책임확보(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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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태추이 따라 2단계 대책 마련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제3의 석유위기」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는 위기관리측면에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정부는 2일 정유 5사 및 유개공등의 관계자들을 소집,긴급 석유수급대책반을 구성하고 정유사별로 일정물량을 책임확보토록 하는 한편 차질이 예상되는 물량의 현물시장도입 및 도입선 전환을 추진토록 했다.
특히 당장 극동정유가 쿠웨이트로부터 3일 선적할 예정이던 1백30만배럴의 도입이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이달말까지 대체물량을 사들이든가,아니면 정부비축유를 풀어 극동측에 대여키로 방침을 정했다.
또 유공가스가 쿠웨이트에서 이달중 들여오기로한 LPG(액화석유가스) 4만t역시 도입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현물시장에서의 구매,또는 알제리ㆍ호주등지에서의 추가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로서는 그간의 비축 및 재고물량이 ▲원유 및 석유제품의 경우 3천9백80만배럴(현재 하루 국내수요 94만배럴기준 43일분) ▲LPG가 35만t(하루 8천t대비 44일분)에 이르고 있어 전반적인 수급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상반기중(1∼6월) 쿠웨이트와 이라크에서 사들인 원유는 ▲쿠웨이트에서 장기도입계약으로 들여온 1천2백68만2천배럴(일7만배럴) ▲이라크의 장기계약물량 1백78만5천배럴,현물시장을 통해 온 7백8만3천배럴(총일 3만9천배럴) 등으로 전체 도입물량 1억6천7백95만배럴중 12.2%.
이를 포함,중동에서의 총도입량은 1억2천6백19만배럴로 전체의 75.1%에 이르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연말까지 들여오기로한 1천만배럴의 원유와 20만t의 LPG,이라크에서 총 3백60만배럴의 원유등을 계속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를 어디서 구하느냐가 문제다.
정부는 양국간의 사태가 현재와 같이 계속될 경우에 대비한 1단계와 전쟁이 더 확대될 경우의 2단계로 나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제1단계에는 앞서의 조치와 함께 각 산유국 주재대사관등을 통한 외교경로로 원유를 확보하고 2단계로 악화시에는 원유도 입차질분에 대해 정부비축원유를 적극 풀어 공급하고 석유사업기금을 지원,현물시장등에서 물량을 추가도입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에 그치지 않고 급기야 페르시아만 봉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았을 때의 대응 시나리오도 마련돼 있다.
지난 80년 이란­이라크전쟁때 고조된 석유위기에 대비,82년 작성된 「비상시 석유류 수급대책」에 따르면 호르무즈수송로가 막히고 중동으로부터의 원유도입이 전량 끊겼다 했을때 그 지속기간을 1개월ㆍ3개월ㆍ6개월로 가정,유종 및 용도ㆍ산업업종별로 우선순위(10단계)에 따라 비축유를 배급,할당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공급량의 30%가 모자라게 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원유를 가공해 수출하는 것(국제벙커링)을 차단하고 등유ㆍ휘발유ㆍ경유 등민수용(가정ㆍ수송용)의 배급제 및 소비재업종에 대해 정부할당제를 실시하며 70%까지 공급이 달리게 되는 상황에서는 군수분야를 제외한 조선ㆍ철강 등 우선 지원업종에까지 일체 수요를 통제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비상수급안은 하루 원유 소비량이 56만배럴이었던 2차 오일쇼크당시 마련된 것으로 소비량이 배로 늘어난 현재는 비축규모 역시 크게 불어있는등의 상황변화를 감안할때 이번 기회에 대응책에 대한 새로운 조정작업이 불가피하다.
동자부는 이번 중동사태가 급박한 수급불안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해도 유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향후 원유도입가가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자부는 우리나라 도입원유가가 현수준(상반기 평균 배럴당 16.48달러)보다 1∼1.5달러 상승한다할때 연말까지 3억달러(올총예상 54억달러)의 추가부담이 생긴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유가시대가 예정보다 이른 90년대 초반에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석유수급 및 가격ㆍ절약정책을 재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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