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녹록하게 보지 마세요 차라고 어디 다 같나요 마시기만 하면 바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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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상징'으로 인정받고 있는 녹차, 집집마다 주방마다 잎 녹차를 한두 팩쯤은 가지고 있을 터다. 항시 녹차를 마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선물 등으로 받은 녹차가 남아돌기 쉽다. 우려낸 후 남아도는 녹차 찌꺼기도 왠지 버리기 아깝다. 녹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내 차로 마시는 방법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잎이든 티백이든 다양한 형태의 녹차를 활용하는 색다른 방법을 알아보자.

#생선과 같이 구워보세요

생선을 집에서 구울 때, 특히 등 푸른 생선을 굽게 되면 아무리 환풍기를 돌려 대도 비린내가 온 집안에 진동하게 마련이다. 그릴이 아닌 프라이팬에 구울 땐 냄새가 더 지독하다. 본의 아니게 동네방네 저녁 메뉴를 자랑하는 셈이다. 이럴 땐 프라이팬에 생선을 놓고 그 주변으로 녹차 잎을 둘러서 같이 구워주면 좋다. 녹차 잎이 생선 비린내는 물론이고 기름기도 효과적으로 빨아들여 냄새가 한결 줄어드는 것을 코로 느낄 수 있다.

멸치를 볶을 때 마른 상태의 녹차를 멸치 분량의 반 정도 넣고 같이 볶는 것도 방법이다. 멸치의 비린내도 줄어들고 녹차도 함께 먹을 수 있어 건강에도 좋다. 녹차에는 지용성 영양소와 섬유질 성분이 풍부하다. 이런 성분은 안타깝게도 물에 우러나지 않아 차로 마실 경우엔 섭취하기 쉽지 않다. 불린 녹차잎을 나물을 볶거나 무칠 때 조금씩 섞어도 된다. 녹색이 보기에도 좋고 씹는 맛도 색다르다.

녹차밥도 있다. 녹차 잎을 물에 살짝 담가 떫은맛을 제거한 후 밥을 할 때 골고루 섞어서 밥을 짓는다. 압력솥보다는 일반 냄비를 이용해 밥을 지어야 한다. 녹차밥을 더 맛있게 즐기려면 녹차를 첨가한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녹차 클렌징에 녹차팩은 기본

녹차는 피부에도 좋다. 우선 화장을 지울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클렌징 폼에 가루 설록차를 조금 섞어 사용한다. 얼굴이 훨씬 더 뽀드득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화장을 지운 후엔 녹차를 우린 물로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흡수시킨다.

한 번 우려내고 버리기 아까운 녹차 티백도 활용도가 높다. 일단 우려낸 녹차 티백을 냉장고에 넣어 둔다. 차갑게 보관된 티백을 눈이나 얼굴이 부었을 때 부기가 있는 부분에 5분 정도 얹어두면 부기를 빼는 데 효과적이다.

간편하게 녹차팩을 만들 수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가루 녹차와 물을 섞는 것이다. 지성 피부의 경우 가루 녹차에 적당량의 미지근한 물을 섞어 거즈를 얼굴에 올리고 그 위에 바른 뒤 15분 정도 지나면 씻어낸다.

수분 공급이 필요하거나 건성 피부라면 가루 녹차와 우유 또는 달걀 노른자를 섞은 팩을 만든다. 역시 사용방법은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한 번 사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녹차 찌꺼기는 주방 세제이자 천연 비료

프라이팬이나 음식냄새가 심하게 배어 있는 냄비를 녹차 찌꺼기로 닦아내면 잡냄새가 사라진다. 천연 주방 세제인 셈이다.

또 녹차 찌꺼기에는 단백질과 아미노산.무기질 등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높아 화분 위에 얹어두면 화초에 좋은 비료가 된다.

녹차의 탈취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냉장고 안이나 신발장 안의 냄새 제거에 탁월하다. 녹차 찌꺼기나 녹차 티백을 그냥 넣어두어도 되지만 효과적인 탈취를 위해선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우선 물에 소독제나 세제를 풀어 냉장고 안이나 신발장 안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아낸다. 그런 다음 녹차 찌꺼기를 다시 한번 끓인 물에 행주나 걸레를 담근 후 그것으로 냉장고 안이나 신발장 안을 닦아주면 고약한 냄새가 사라진다. 더불어 우려 마신 티백을 잘 말린 후 신발 안쪽에 넣어두면 축축한 신발의 습기까지 사라지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녹차 찌꺼기를 잘 말려 베갯속으로 사용하면 은은한 차향에 기분이 좋아지고 잠도 잘 온다.

추정림 패밀리 리포터
도움말=아모레퍼시픽 녹차연구팀 김영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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