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삼성 직원 80여명 오케스트라 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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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점점 빨라지면 안됩니다. 다른 파트의 소리도 들어가면서 해야죠."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역삼동 삼성SDS 지하 구내식당. 다음달 22일 창단 공연을 앞두고 있는 '삼성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삼성필)'의 연습이 한창이다. 삼성필은 지난해 11월 당시 입사 2년차였던 이경진(28.삼성SDS 금융개발팀)단장이 그룹 인트라넷(내부 통신망)에 동호회 모집 공고를 내면서 출범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출발했지만 삼성필은 현재 25개 계열사 2백여명의 임직원이 회원이며 그 중 80여명이 연주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휴일을 반납해도 기분이 좋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시간가는 줄 모르죠. 누가 시켜서 한다면 이렇게는 못할 겁니다. 연습을 마치고 동료들과 기울이는 소주잔도 꿀맛입니다." 안양 삼성초등학교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배운 李단장은 연세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유포니아' 단원 출신이다. 1군 군악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

"어릴 적 취미를 되살려 보자고 입단했어요. 과학자가 꿈이었으니 음대에 갈 생각은 없었거든요. 처음 악기를 잡은 단원들도 있어요. 동료 단원들에게 틈틈이 배우지요. 음악을 연주할 때는 직급도, 소속사도 잊고 모두 한마음이 됩니다." 바이올린 맨 앞자리에 앉은 악장 김용구(32.삼성전자 TN총괄 대리)씨의 말이다.

플루트 수석을 맡고 있는 일본인 리타 요시아키(44.삼성 SDI 수석부장)와 호른을 연주하는 케리 그리피스(27.삼성 인력개발원 영어강사) 등 외국인 단원도 두명이나 된다.

삼성필은 소규모 실내악 그룹을 만들어 시상식 등 그룹 내 행사는 물론 병원.구치소.보육원 위문공연을 해오고 있다. 그룹 임직원 등을 초청해 마련하는 이번 창단공연도 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로 꾸몄다.

매주 토요일 오후 음악을 만들기 위해 만나는 삼성필 단원. 그들의 꿈은 세계 최고의 직장인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이다.

글.사진=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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