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꿈틀거리는 강남권… 집값·거래량 다시 ↑

중앙일보

입력

강남권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6 ̄8월 싸늘하게 얼어붙었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판교 신도시와 은평 뉴타운 고분양가 논란과 전세난으로 시작된 집값 오름세가 서울 강북권과 경기 남부지역을 거쳐 강남권에 상륙한 것이다.

잠잠하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강남권 거래량.가격 다시 원위치= 강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34건까지 줄었던 주택 거래량이 9월 383건까지 늘어났다. 송파구도 지난 7월 72건까지 줄었으나 지난달 394건으로 급증했다.

실거래가 신고를 접수하는 대치동 동사무소 관계자는 "10월 들어서도 거래량이 계속 늘어 회복세가 완연하다"고 말했다. 재건축은 물론, 기존 아파트들도 전고점(前高點)을 넘어섰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의 경우, 4월 9억9800만원(최고가 기준)을 정점으로 7월 8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10억5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34평형도 5월 13억원을 정점으로, 1억원 정도 떨어졌으나 비슷한 가격대를 회복했다.

송파구 잠실 재건축 아파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7 ̄8월 7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던 잠실 주공 재건축 30평대 가격이 최근 다시 8억5000만원대로 올랐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추석 이후 강남에 집을 사달라는 의뢰가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다른 지역의 집을 판 사람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매수세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부족이 근본적인 원인= 정부의 초강력 규제에다 북핵사태라는 악재까지 터졌는데도 강남 시장은 왜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판교.은평 뉴타운 고분양가 논란 ?강북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에 의해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착시현상 ?전셋값 상승 영향 등으로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양도세 부담으로 매물이 급감(急減)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분석된다.

'성공공인' 박종규 사장은 "강남권 주택은 양도세가 평균적으로 1억5000만 ̄2억원 정도 나온다"며 "집을 내놓았다가도 양도세를 계산해 보고는 매물을 걷어들인다"고 말했다.

잠실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실수요자들은 꾸준히 있는데 매물이 적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판교 신도시 탈락자들이 강남권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어 상당기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강북발 집값 상승이 강남권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악순환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주택시장은 실수요자들이 주도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급등세가 재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불안심리로 경매시장.미분양도 인기= 경매시장,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도 수요자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은 이번달 서울지역 경매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95.40%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바람에 미분양이 속출했던 수도권 분양아파트도 빠르게 팔려 나가고 있다.

강북 뉴타운 지역도 다시 가파른 오름세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보광동 강변재개발구역은 평당 땅값이 최근 최고 45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신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하여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6.4%가 2 ̄3년 내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 '내린다'는 의견(20.7%)을 압도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후분양제.원가공개 등의 정책들이 오히려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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