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대지주 없어 농민생활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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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남미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투자정책의 실패를 결정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또 전쟁의 위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비대한 군 조직을 보유함으로써 군사비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여기에 교육정책마저 부재상태를 거듭, 오늘날의 위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권들의 잘못도 크지만『내일이란 없다』는 식의 국민성도 큰 문젯거리로 지적될 수 있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국가 중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하고 정착된 국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문맹율 7%로 낮아>
▲우선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코스타리카에서는 스페인인과 인디오들의 통합과 혼혈이 일찍 이뤄져 계층간·인종간의 갈등이 없었다. 바로 이점이 정치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으며 평등사회를 구현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또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전쟁이 없었다는 점과 정당제도가 일찍이 확립돼 민주정치 실현이 지난해로 1백년이라는 전통을 지니게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국민들의 교육·문화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정착시키는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문맹률이 7%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있다.
-코스타리카 농민들의 생활수준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농민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토의 크기나 부존자원 등으로 비교할 때는 객관적으로 매우 어려우면서도 이처럼 농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적 혼란 없어>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잦은 쿠데타나 장기간의 군사독재 등과 같은「정치적 혼란」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정치적인 혼란은 결국 경제의 침체를 동반하게 마련이고 이는 곧 국민생활의 피폐로 연결되는 것 아닌가.
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지주가 없다는 점도 정치적 안정 못지 않게 농민들의 생활안정을 이룩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코피농장이 농목 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찍이 토지개혁을 단행, 대지주의 농민지배에 따르는 문제점들을 해소했다.
-정책적인 지원이나 배려는 없었나.
▲「농민 빈곤」이라는 등식에서 탈피시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정부의 일관된 기본정책이다. 따라서 이들의 경제능력을 향상시키고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들 농민들이야말로 코스타리카의 민주주의를 일궈놓은 밑거름이었으며 또 민주주의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점이다.
-코스타리카에서 농목 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농목 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농목 업은 국가 총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코스타리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주요산업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의 수입장벽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만 가고 있어 농산품 수출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정부로서 농목 업 진흥을 위한 최대의 지원책은 이같은 수입장벽을 뚫고 우리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목 품들의 판로를 개척해 주는 것.
아울러 규모가 작고 생계가 어려운 영세농민들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도 함께 강구하고 있다.
-도로·통신망 등 이른바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어느 정도인가.

<가능하면 많이 경작>
▲현재로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타 중남미 국가들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사회간접자본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재정형편이 닿는 대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다.
-토지소유 상한선은 없는가.
▲소유상한선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대 농장이라 하더라도 유휴지로 방치하지 않고 실제 사용하기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땅이 경작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단위 농원을 중심으로 한「규모의 경제」라는 특징을 지닌 브라질·아르헨티나 등과 견주어 볼 때 코스타리카의 농목 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나.
▲곡물류의 경우는 이들 국가들과 경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코피를 비롯한 바나나·카카오(코코아의 원료열매)등과 같은 과일류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질적인 면에서는 브라질·아르헨티나 산을 앞서고 있다. 멜 런이나 파파야 같은 과일류도 유럽시장에서 대단히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코스타리카 경제에 있어 최대 문제점으로 경제규모에 비해 과다한 외채부담과 재정적자를 꼽고 있다. 재정적자의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재정적자로 고통>
▲연간 1억4천만달러의 재정적자는 우리 경제규모로 보아 크게 문제가 될 만큼 과다한 것 이 사실이다. 그리고 41억 달러에 이르는 외채와 61%에 달하는 외채상환부담률이 고통스러운 것도 인정한다.
재정적자는 대부분 공공분야의 과다지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그 동안의 정권들이 정치적인 면에만 집착해 빈민이나 농민들을 정부에서 상당부분 지원해 옴으로써 재정에 부담을 주었던 것이 그 첫 번째 원인이다. 또 정부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 화폐를 급속히 평가 절하한 것도 재정적자의 폭을 깊게 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타결 책은 없는가.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건전 재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아울러 외채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면서 국내 저축률을 현재 l3%에서 20%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수출을 적극적으로 늘려 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정책이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는데.
▲그렇다. 국가가 가난하고 외채가 많은 나라에서 최상의 정책은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길 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3억5천만달러의 외국인투자가 있었는데 올해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이은윤 특집부장·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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