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벽 허무는 계기되길”/노대통령 선언에/시민들 기대­설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보안법 폐지ㆍ구속자 석방/구체적 후속조치 따라야”
분단 45년만에 남북의 벽이 헐리는 소리가 들려온 20일 시민들은 민족의 염원인 남북교류와 통일의 길이 눈앞에 다가온듯 기대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북에 고향을 둔 이북5도청 사무실은 실향민들의 전화가 빗발치는 가운데 특히 고향 방문의 꿈에 부푼 망향의 설렘으로 가득찼다.
시민들은 이번 노태우대통령의 발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다가올수 있도록 남북한 당국이 진심으로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며,그동안 남북교류와 관련해 논란이 돼왔던 국가보안법 및 문익환목사ㆍ임수경양 등 구속자들의 처리에 큰 관심을 나타냈고 일부재야ㆍ학생들은 기대가 커서인지 실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정헌 전교조대변인=광복절까지 한달도 채 남지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폭탄선언이 어느정도 실현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상대방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일체의 사전정지작업도 없이 이처럼 무제한적인 교류선언을 한 것은 극적 효과를 노려 야당사퇴와 이에따른 북한의 남북국회회담 연기 등 정치적 난국을 타개해보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로 풀이된다.
▲김성재씨(황해도 중앙도민회사무국장)=국체적기간 등이 명시된 획기적인 제의로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측의 상투적인 반응으로 미루어 그들이 과연 받아들일지는 회의적이라고 본다.
어쨌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지며 북측이 우리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신경림씨(58ㆍ민예총사무국장)=아무런 제한없는 자유왕래 보장이라면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국가보안법의 폐기없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까 의심스럽다.
지난번 7ㆍ7선언을 곧이곧대로 믿고 행동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크게 혼란을 겪고 다쳤는가.
▲최덕빈변호사=노대통령의 제안을 획기적인 조치로 환영한다. 그러나 과거 대북긴장해소를 위한 선언적 제안은 많았으나 실행된 것이 적었던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 만큼은 구체적 실천을 통해 통일에 다가서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김진균교수(서울대 사회학ㆍ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담화에 보안법완화,남북경제협력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운 점이 있으나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5일간의 민족교류기간에 학생들의 국토순례행사 등 남북한동포의 자유왕래가 순조롭게 치러져야 하며 남북왕래의 활성화가 남북한군비축소ㆍ평화협정 등으로 이어져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길 기대한다.
▲나카야마 신야(중산진재ㆍ쌍용투자증권국제부)=이번 노대통령의 선언은 국내정치불안에 대한 내외적인 관심을 딴곳으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테크닉일 가능성도 부정할수 없다. 그러나 동서화해의 세계적인 흐름에 한반도문제만이 난제로 남아있었으나 이번 획기적인 선언을 계기로 남북통일을 향한 큰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존 리딩(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한국주재특파원)=노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남북한관계에서 커다란 진전을 기록하는 것으로 매우 흥미있고 중요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것이지만 북한의 반응과 관계없이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