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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신설 힘들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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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부터 교육감이 단독으로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설립 인가를 못 하게 될 전망이다. 교육감이 학교 설립을 인가하려면 의무적으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는 규정이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협의 대상은 9개 유형의 특목고(외국어.국제.과학.농업.수산.공업.해양.예술.체육 계열)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특목고 설립까지 챙기는 것은 교육 자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 외고 세우려면 교육부와 협의=교육부는 '교육감은 특수목적고를 지정.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90조)에 '인가 전 사전협의'단서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은 이르면 이달 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대통령령)은 규제개혁위원회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받아 내년부터 시행된다.

교육부는 "외국어고 등 특목고가 당초 전문인력 양성 취지와 달리 입시기관으로 변질되고, 전문 교육에 소홀한 점이 있어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시행령이 바뀌면 외고나 국제고 설립을 준비하던 시.도교육청은 타격을 받는다. 특히 외국어고.국제고를 운영 중인 지역은 더하다. 당장 인천교육청이 2009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인 인천미추홀외고와 인천국제고는 설립이 불투명해졌다. 인천외고가 있어서다. 기공식을 한 서울국제고(2008년 개교)는 새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교육부는 외국어고가 없는 네 곳(충남.강원.광주.울산)만 신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과학고(19개 입학정원 1583명) 등 다른 특목고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사전협의를 통해 효율적인 운영을 유도한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 "교육감에게 맡기자"=교육부 관계자는 "5.31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자치단체장들이 100개가 넘는 특목고(외국어고 등) 설립을 공약해 설립 제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선택권과 교육자치권 확대 취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외고 입학 자격을 학교가 있는 광역시 거주자로 제한하는 방침을 발표했었다. 영남대 김재춘(교육학)교수는 "초.중등 교육은 지방에 위임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기본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며 "학부모들의 수월성.다양성 교육 수요를 흡수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손민호(교육학) 교수는"낙후지역 등 외국어고가 필요한 곳도 있는데 설립 여부는 해당 교육청에 맡겨야 한다"며 "교육은 시장원리에 따라야 경쟁력이 붙는다"고 지적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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