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리워 회사이름도 "창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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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많은 재중한인교포들처럼 언제나 나 자신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10일 대한항공편으로 처음조국을 찾은「중국 최고갑부」로 손꼽히는 중국교포기업가 석산린씨(46).
석씨의 자산규모는 중국돈 인민폐로 1억2천만원(한화2백40억원 상당)에 달하며 88년부터 사영기업을 허용한 중국 내에서는 단연 최고로 꼽힌다.
중국 북경·해남도·무한·하얼빈 등 4곳에서 자신이 발명한 급수설비를 생산하는「창령 급수설비공장」등 10여 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석씨는 만고풍상을 겪고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
『창령이란 회사이름은 선친의 고향에서 따온 것입니다.』
석씨는 전체종업원 1천2백여명을 모두 한국인교포들로 고용하고 있고 중국태생답지 않게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등 각별한 조국애를 간직하고 있다.『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기업을 세운지 5년만에 중국제일의 사영기업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후회 없이 일한 덕분』이라며 겸손해한 석씨는『84년 출장기간 중에 머무른 호텔의 수압이 낮아 겪었던 불편이 급수설비를 고안하게 된 동기였다』며「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밝게 웃었다.
하얼빈공대 원자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69년 문화대혁명기간 중「반동언론」사건에 연루돼 10년간 옥살이까지 한 석씨의 성공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었다.
『지식은 어디서든 얻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고 믿은 석씨는 복역기간 중 기계공학·유체역학 등 전문서적을 닥치는 대로 공부했으며 79년 무죄로 석방된 뒤 이 같은 지식을 바탕으로 85년2월 급수탑이나 물탱크 없이 1백 층 높이까지 고른 수압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 특허를 얻었던 것.
그의 이번 조국방문 목적은 삼성물산·삼성전자 및 금성사·현대그룹관계자들과 만나 조국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해보기 위한 것이라고.(글=권영민 기자 사진=장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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