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사전예고제」찬반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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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형건물등에 적용 민원 막아야 찬/건축활동 위축… 기존위원회 강화 반
건물을 지을때 인근주민에게 공사계획을 미리 알리고 이의가 없을때 건축허가를 내주는 이른바 「건축사전예고제」 도입을 싸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전예고제는 정부가 이미 몇년전부터 도입을 시도했으나 건축업계등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되곤 했는데 지난달말 건축법 전면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다시 밝힌 후 각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0일 건축사협회강당에서 열린 건축법개정안 공청회에서도 찬반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찬성측 입장=정부는 대형건물의 신축과 관련된 각종 민원이 발생하는 현실에 비추어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건설부는 지난 83년 럭키금성그룹이 서울 여의도에 대형사옥(트윈빌딩)을 지으면서 인근 주민들이 아파트벽에 금이 가고 소음공해에 시달려 적잖은 사회문제가 됐던 점을 예로 들면서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건물에 대해서는 주변사람들의 의견을 사전에 듣도록 하고 건물규모는 각 시군이 지역사정을 감안,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서울시의 경우 사전예고제 대상건물규모는 11층이상,또는 연면적 3천평이상의 모든 건물과 백화점ㆍ호텔ㆍ위락시설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특정건물은 연면적 1천평이상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전예고제를 찬성하고 있는 측도 일정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건물규모는 물론 대상지역 및 인근주민의 범위도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세대 박영기교수는 현재 민원이 야기되고 있는 지역이 주로 주거지역이므로 이 제도를 주거지역 안에서만 적용토록 하고 상업지역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인근 주민은 건축물 최고 높이의 몇배(서울시의 경우 두배를 검토)이내의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대측 입장=건축업계는 건축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는 점을 들어 너나 할 것 없이 반대하고 있다.
이 제도를 특정한 범위내에서 운영한다고 해도 주민들의 사전동의를 얻도록 법에서 규정할 경우 사실상 대형건물은 신축이 봉쇄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대도시의 경우 토지의 고밀도이용을 위해 재개발 및 재건축때 대형빌딩을 지어야 하는데 이때 이같은 제도를 도입할 경우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건축사협회 이영희 서울지부회장은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현실에서 사전예고제를 시행할 경우 건축활동이 저해됨은 물론 이에 따른 각종 부조리가 증가하고 도시의 계획적개발이 어려워진다고 반대하고 있다.
건축업계는 이해당사자인 주민의 의견을 물을 것이 아니라 기존의 건축위원회를 보강하여 건축허가 이전에 주변환경을 분석하는 절차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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