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핵 대처할 의지도, 방향도 없는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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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은 관광지 분위기로 국가안보를 판단하는 이 나라 집권당의 정보 수준이다.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정보를 수집할 능력도 의지도, 심지어 관심조차 없다. 그러면서도 모든 상황을 현실은 무시하고 정치적 목적에 맞춰 해석한다.

핵실험 때를 돌아보자. 미국과 일본은 이르면 8일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도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추측"이라고 무시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기 30분 전에도 최고 정보책임자인 국정원장은 국회에서 "핵실험 징후가 없다"고 보고했다. 첫 예측에 실패했으면 더욱 분발하는 게 당연한 자세다. 그러나 지진파 강도를 놓고 오락가락하고, 실험장소도 오차 범위를 훨씬 벗어나게 세 번이나 번복했다.

능력이 모자라면 발품이라도 열심히 팔아야 할 것 아닌가. 미국과 일본이 정찰기를 띄워 방사능 물질 탐지에 나섰을 때 우리 정부는 방사능이 남쪽으로 날아오기만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2~3일이 걸려야 남쪽으로 날아올 방사능을 언제 조사했다고 다섯 시간 만에 "방사선 피해가 없다"고 서둘러 발표한 이유가 또 뭘까. 더욱 기가 찬 것은 2600억원 넘게 쏟아 부은 아리랑 2호를 방치한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누구 한 사람 핵실험 장소를 촬영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이 정부는 북핵을 알아볼 의지도, 막아볼 결심도 없다.

여당은 국제 제재에 저항하는 듯한 몸짓을 보이고 정부는 북 핵실험 이후의 목표도 없이 방황하고 있다. 리더십의 붕괴다. 이런 중차대한 시절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정부에 국민은 생명과 재산을 맡기고 있다.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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