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조선족 소설가 이혜선씨 '코리안 드림'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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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선족들은 동포라는 이유로 의지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하고, 고국인(한국인)들은 조선족이 우리 몫을 빼앗아간다는 의식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2000년부터 한국에 체류 중인 조선족들을 취재해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연재해 왔던 조선족 소설가 이혜선(47)씨. 그동안 썼던 글을 모아 '코리안 드림'(아이필드)이란 책을 냈다. 그가 만났던 조선족들은 일용직 노동자, 무역업자, 유학생, 한국남성과 결혼한 여성 등 다양한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불법 체류자들도 많았다. 이름을 바꿔가며 한국에 와 보따리 장사로 돈을 번 오용씨, 기계에 발등이 찍힌 청년, 2천명분 식사를 혼자 해냈다는 딱따구리 아줌마 등. 같은 조선족으로서 그들 삶의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소설집 '푸른 잎은 떨어졌다' 등을 펴냈던 그는 "처음에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내가 조선족이므로 그들의 시선에서 자꾸 한국을 바라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조선족들과의 만남을 거듭하며 조선족과 한국인들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정들을 확인했다.

"사실 처음 조선족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는 서로가 같은 핏줄이라며 부둥켜 안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 서로 부대끼다 보니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고, 이제 그 갈등을 인식하면서 골을 좁히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위원,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위원회 위원인 이씨는 박완서씨를 비롯한 국내 문인과도 교류가 잦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 현대 문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찾아 읽었다. 이제는 내가 쓴 글과 표현을 예전과 달리 한국인들이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글=홍수현,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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