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 보수파 일보후퇴… 민주화 “항진” 예고(뉴스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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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알바니아인 대탈출… 동구 개혁바람 절정
『역시 유럽은 세계의 중심』이란 말을 실감나게한 한주였다.
소련공산당 제28차당대회,동서독 통화ㆍ사회ㆍ경제통합ㆍ나토정상회담,알바니아집단망명사태,유고의 슬라보니아 및 각 공화국주권독립선언등 주요사건 모두가 유럽을 무대로 벌어졌다.
7월1일을 기해 단행된 동서독간 통화ㆍ경제 및 사회통합은 월요일인 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동독 전국 은행마다엔 서독마르크로 바꾸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으며,상점의 진열대엔 서독상품이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주요품목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이 완전 중단된 상태에서 물가는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어 1백%에서 수백%까지 가격이 올라 이를 항의하는 노동자들이 5일부터 봉급인상을 요구,파업을 벌이기 시작하는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실업으로 서독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는 동독기업들은 부득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데 현재 예상으로는 전체 동독기업의 3분의1이 문을 닫을 것이며,여기서 약2백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당초 동독인들의 화폐교환으로 인한 초고인플레 우려가 동독인들이 실업등 앞으로 닥칠 생활난에 대비,과도한 예금인출을 자제하는 지혜를 보임으로써 한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부터 10일동안 열리고 있는 소련공산당 제28차 당대회는 고르바초프 개인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 소련공산당의 장래와 페레스트로이카의 장래,더 나아가 소련의 장래를 결정할 중요한 대회로 평가되고 있다.
고르바초프등 소련지도부는 당초 이번 당대회를 『당을 명실상부한 개혁의 선도역』으로 만든다는 야심적인 계획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두드러지기 시작한 보수파의 완강한 저항으로 시작부터 파란이 일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보수파의 공격에 대해 개혁정책의 일부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개혁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필연이며 개혁을 거부할 경우 소련은 다시 암흑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당대회 개막에 앞서 소련전문가들 사이에선 고르바초프의 당서기장직 축출을 점치기도 했으나 정작 현실로 나타난 것은 그가 당내에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확고부동한 위치의 인물이라는 사실이었다.
대회진행과정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사실은 고르바초프가 계속 당서기장직을 맡을 것이며 급진개혁ㆍ보수 양파 모두 분당만은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 개막전부터 탈당가능성을 밝혀왔던 급진개혁파 민주강령그룹도 당내 파벌구성이 허용될 경우 탈당이라는 극단적 방법은 택하지 않겠다고 한발 뒤로 몰러섰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의 최종결과는 이번 주중에 있을 당강령 및 규약이 발표된 다음에야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한편 동유럽민주화와 독일통일이라는 미증유의 대변화속에서 냉전의 산물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장래에 대한 심도있는 토의가 5일부터 2일간 영국 런던에서 16개 나토 가맹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있었다.
이 자리에선 통독의 나토잔류여부ㆍ나토의 성격 변화,그리고 군사력 특히 핵전력감축에 관한 사항이 중점적으로 토의됐다.
나토정상들은 통일독일이 나토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는데 합의하는 한편 나토의 군사력 삭감을 위해 미핵포탄의 유럽 전면철수,통일독일의 군병력 제한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밖에 발칸반도의 화약고 유고에선 해묵은 코소보문제가 다시 폭발,가뜩이나 어려운 상태인 유고연방의 해체가능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으며,철저한 고립주의와 정통사회주의를 고수하는 알바니아에도 집단 망명과 반정부시위가 발생,여행자유허용과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바야흐로 동유럽의 개혁바람은 이제 그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정우량외신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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