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ㆍ폭죽속 “독일은 하나”/자정되자마자 아무나 포옹하며 축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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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서베를린 다시 잇는 지하철도 “만원”
【베를린=유재식특파원】 동서독이 45년 분단의 종지부를 찍었다. 1일 0시를 기해 전국경을 개방하고 화폐ㆍ경제통합을 이룩함으로써 이제 오는 12월의 합동총선을 통한 정치통합만을 남겨놓고 있다.<관계기사5면>
○차량들도 일제히 경적
○…6월30일 오후 11시55분,동서베를린 분계선상의 구 찰리검문소자리. 22일 철거돼 이제는 역사의 유물로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찰리검문소 자리에 수백명의 베를린시민과 관광객들이 동서독이 경제ㆍ사회적으로 하나됨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이윽고 1일 0시를 알리는 시보가 라디오에서 울려나왔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환호를 올렸고 여기저기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지나는 차량들도 일제히 경적을 울려댔다. 시민들은 아무하고나 악수를 하고 끌어안기도 했다.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으로 나오는 차량에는 샴페인과 맥주가 뿌려졌다. 운전자도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며 경적을 울리고 활짝 웃으며 지나갔다.
동독의 한 검문요원이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차를 한대 세우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주위에서 웃음과 야유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 병사는 자신의 시계를 들여다 보더니 『12시가 넘었군』이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한번 박수가 터졌다. 동독병사의 마지막 근무에 대한 박수였다.
○동서 수비병 송별파티
○…이날 자정을 기해 동독 탈출자들의 처절한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 찰리검문소 바로옆 장벽박물관의 힐데브란트관장이 이곳에서 근무해온 동독군인과 서독경찰을 위해 송별샴페인 파티를 열어 동독군인 15명과 서독경찰 10여명은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위로하며 『프로스트(건배)』를 외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17년간이나 근무했다는 동독군장교 카를 뢰벨씨는 『17년간 이곳에서 근무했지만 총은 한방도 쏘지 않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나쁜 장소」에 근무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일부터 당장 실직하게돼 우울하다』며 거나하게 취한 채 발길을 돌렸다.
○남미의 삼바축제 방불
○…1일 0시30분,동베를린 중심가 알렉산더광장. 5천여명의 인파가 광장과 도로를 메운 가운데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졌고 이에맞춰 시민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이곳에서 베를린의 중심가인 운터 덴 리덴가를 따라 브란덴부르크문까지 2㎞구간인 인도는 물론 차도에까지 시민들이 나와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동베를린 중심가는 마치 삼바축제가 벌어지는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를 연상케했다. 대절한 택시운전기사도 신이 났는지 하나를 물으면 열가지를 대답했다. 동서독 경제ㆍ사회적 통일의 첫날은 이렇게 시작됐다.
○5분만에 이어진 전철
○…오전 10시55분 서베를린 모리츠광장 지하철역. 28년만에 다시 개통되는 지하철(6번선)을 타기 위해 수천명의 서베를린시민들이 몰려 발디딜틈이 없었다. 발터 몸퍼 서베를린시장과 서베를린 지하철(BVG) 관계자들이 타고 이어 시민들도 화환으로 장식된 지하철에 올랐다.
전동차가 출발하자 승객들은 환호를 올렸다. 5분후인 오전 11시 정각 전동차는 알렉산더광장역에 도착했다. 티노 슈비에르치나 동베를린시장이 몸퍼시장 일행을 맞았다. 동서베를린시장은 함께 플랫폼에서 역사적인 지하철 재개통 테이프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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