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예산뒷받침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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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화부가 25일 발표한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은 6공화국 중요정책과제인 「문화중흥실현」을 위해 마련된 세부 시행계획이다.
이 계획은 정부부처의 중·장기정책계획의 문제점으로 흔히 지적되는 예산확보의 비현실성이 역시 큰 문제로 부각될 것 같다.
따라서 이 계획이 화려한 청사진에 그치지 않으려면 각종 사업규모의 축소와 함께 예산확보의 구체방안마련등 현실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문화부가 이 계획의 실현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것은 관료주의·중앙집권주의적 성향이 배제된 문화복지 국가다.
이 세부계획은 35차례에 걸친 3백여 전문가와의 대담·공청회, 문화예술가 3천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는 또 각계획들은 ▲마음의 풍요를 만드는 복지문화 ▲지역간·계층간·세대간 갈등을 해소하는 조화문화 ▲태평양시대를 주도하는 민족문화 ▲세계화에 대비하는 개방문화 ▲통일지향 문화등의 실현에 도움이 되도록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각종 사업기획에서 정부의 규제. 통제보다는 진흥·조장측면을 강조한 것이 특색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엄청난 규모의 각종 사업을 추진키위해 제일먼저 고려돼야할 것은 예산확보 부문이다.
예산확보 없는 갖가지 정책은 사상누각일 것이 분명하며 이어령문학부장관도 이점을 감안, 문화부가 그동안 벌여온 29개 사업과는 별도로 이 계획을 예산확보계획과 함께 세우겠다고 밝힌바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계획의 문화재원확충계획을 자세히 살피면 이 사업들의 파행적 추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사업에 소요되는 추계예산은 3조8천5백68억원 규모이고 이중 1조8천억원은 국고에서, 나머지는 지방비·문예진흥기금·민자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국고부문은 현재 정부예산의 0.34%에 불과한 문화부예산을 점진적으로 증액, 1%수준까지 끌어올려 이 사업에 상당부분을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경제규모·정부예산투자의 우선순위등과 불투명한 20세기말 경제상황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 10년 동안의 특정부처 예산 대폭증액전망은 어둡다는 것이 경제계의 분석이다.
또 예산확보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민간기업으로부터의 자금유치방안에 대해 일단 관계 주무부서인 재무부와 대다수 기업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문화부는 기업이 문화부문에 투자하는 자금에 대해서는 재무부등 세무관계 당국에서 손비처리하는 세제혜택을 통해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지만 재무부측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또한 기업들도 난감한 경제현실속에서 비교적 소규모의 투자에는 긍정적반응을 보이지만 이 사업에 소요되는 엄청난 예산의 부담은 꺼리고 있다.
92년까지 3천억원 규모의 조성을 목표로 하고있는 문예진홍기금 역시 정부의 특별 지원이 끊길 경우 어려울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
또 공익자금의 문화부문비율의 확대와 5백억원 규모의 국제문화교류기금조성을 통한 재원염출도 문화부의 사업에만 비중을 크게 둔 아전인수격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사회각분야의 정보를 컴퓨터로 판매·보급하는 전자서점, 한국문화기본도서발간, 한국문학작품번역사업, 한글서체개발등도 민간에서 추진하는 것이 이 계획의 기본정신인 진흥·조장과 관료주의·중앙집권주의성향배제에도 걸맞고 사업예산 축소를 통한 실현가능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화부는 2000년대 한국문화에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하는 이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시행과정에서 예산 및 사업규모의 재조정을 통해 현실성을 확보해야할 것 같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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